독자 눈높이에 맞춰 20년간 평론 집대성… 김이구 평론집 ‘우리 소설의 세상읽기’
입력 2013-12-06 01:34
문학평론가 김이구(56)가 평단에 첫 발을 내디딘 건 1993년이다. 소설가 방현석의 노동소설에 대한 글을 통해서다. 그로부터 20년 만에 출간된 ‘우리 소설의 세상읽기’(작가)는 그가 읽어낸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글이 묶였는데 그만큼 과작이랄 수 있을 것이다. 김이구의 평문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쉽고 친절하게 써내려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요즘에는 디지털 영상술이 발달해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를 해서 반복해 보거나 특정 장면만을 보는 게 가능해졌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시청각을 고정하고 수동적으로 감상해야 한다. 그에 비해 소설은 지면 위에 조용히 박혀 있는 글자들의 집합체로, 그 자체로는 어떤 화려함이나 소란함도 발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가 읽기 시작하는 순간 소설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어 꿈틀거린다.”
그는 고광률 소설집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에 대한 평론을 쓰면서도 첫 머리에 이처럼 소설의 작동 원리를 슬그머니 끼워 넣어 이제부터 읽을 준비를 하라고 짐짓 채근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글을 다루는 재치가 있다는 것인데 소설가 강병철에 대해 쓰면서도 이런 재치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강병철은 말한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는 것’이 바로 시라고. 나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는 것’이 바로 강병철 소설의 시작이라고. 이를테면 강병철의 소설의 출발은 이 지점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점이지 도착점은 아니므로, 우리가 일차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 군상이다.”
1부 ‘소설과 현실’, 2부 ‘작가와 사회’는 소설과 소설가론에 해당하지만, 3부 ‘문학과 제도’에서는 등단제도와 문학상에 대한 고찰을 포함해 어린이청소년문학상 공모 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있어 이채롭다. “문인을 심사하고 선발하는 것은 누구인가? 누가 칼자루를 쥐는가? 그 고매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는 기성문인, 이미 현 사회에서 문학적 업적과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 심사위원은 누가 선정하는가? (중략) 나는, 슬프게, 말해야 한다. 제도가 담보하는 것이 본질은 아니더라도 그 제도들을 자신의 문학적 긴장을 지속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