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호주 FTA 사실상 타결… 국내 영향은

입력 2013-12-06 01:45


쇠고기 시장 주고 자동차 시장 받았다

정부가 5일 타결을 선언한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은 쇠고기 시장을 사실상 내주고 자동차, 가전제품 등 공산품 수출의 문턱을 낮췄다는 게 특징이다. 투자자국가소송(ISD) 조항을 넣고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보장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두 나라 국회가 비준하면 호주는 우리의 11번째 FTA 협정국이 된다.

◇호주산 쇠고기 관세 단계적 철폐=2030년이면 현재 40% 수준인 호주산 쇠고기 관세가 완전히 없어질 전망이다. 시장 개방 비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때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는 협정 발효 이후 12년차에 쇠고기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주도 애초 12년차 완전 철폐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결국 우리 측의 15년 의견을 받아들였다. 산업부는 또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고관세를 적용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도 한·미 FTA보다 낮은 수준에서 방어했다고 밝혔다. 쌀과 분유·과일·대두·감자·굴·명태 등 주요 민감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쇠고기에 대해서는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통해 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기량이 1500∼3000㏄인 가솔린 중형차와 1000∼1500㏄인 소형차 등 20개 세번(稅番)은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진다. 자동차 관세를 즉시 철폐 조건으로 타결하는 것은 한·호주 FTA가 처음이다. 다른 승용차 19개 상품은 3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TV·냉장고 등 가전제품(5%), 전기기기(대부분 5%), 일반기계(이상 관세율·5%) 대부분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자동차부품(5%)도 3년 안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수입액 기준으로 호주는 거의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는 92.4%에 부과되는 관세를 8년 내 없애기로 했다. 품목 수 기준으로도 호주는 거의 모든 품목을 5년 안에, 우리는 90.8% 품목을 8년 안에 비관세 조치한다.

◇“ISD 삽입 배경은 호주 정권 교체”=우리에게 유리한 ISD 조항은 관철했다. ISD는 기업이 투자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외국기업의 자국 투자가 많은 나라에는 불리해 자원부국인 호주는 그동안 ISD 조항 삽입에 반대해 왔다. 2004년 미국과 FTA를 체결할 때도 ISD 조항을 제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9월) 호주 정권이 교체돼 입장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해 두 나라는 협정 발효 뒤 6개월 이내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1년에 2차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양측은 기술적 사안 협의와 협정문 전반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FTA 협정문에 대한 가서명을 추진키로 했다.

호주와의 FTA는 다른 FTA와 비교했을 때 엄청 빠른 속도로 타결된 것이다. 2009년 5월 협상을 시작했으나 쇠고기와 ISD 등에 대한 이견으로 2010년 5월 5차 협상 뒤 중단됐다가 지난달 6차 협상이 재개됐다. 최근 단 두 차례(6·7차) 협상으로 타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위해 TPP 참여국인 호주와의 FTA를 서둘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장관은 “호주가 TPP 예비 양자협의에서 우리 측의 관심 표명에 적극적인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호주는 우리나라의 7위 교역국이고 한국은 호주의 4위 교역국이다. 대(對)호주 수출액은 92억6900만 달러, 수입액은 229억7800만 달러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