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美 NSA, 개인 사생활도 침해 “매일 50억건 휴대전화 위치정보 수집”
입력 2013-12-06 01:45
내 휴대전화 위치정보가 ‘타깃(목표물)’으로 지정된 순간 어딜 가든 동선이 추적되고 누구를 만나는 것까지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다면 어떨까.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지난 몇 년간 매일 전 세계 50억건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추가 폭로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이들 언론사에 건넨 문서를 분석한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NSA는 단순히 휴대전화를 엿듣고 이메일을 엿보는 것을 넘어서 매일 50억건에 달하는 휴대전화 위치정보 기록을 수집, 개개인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인간관계를 파악했다. 국내외 이동통신회사의 전화망을 구성하는 전선에 접속해 정보를 캐냈다. NSA의 이 같은 정보 수집은 매일 50억건이라는 규모만 봐도 입이 벌어지지만 사생활 침해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신문은 꼬집었다. NSA 직원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NSA는 방대한 양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코-트래블러(CO-TRAVELLER)’라는 프로그램에 대입,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행동반경을 분석하고 상호관련성을 파악해 이들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2010년과 2011년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수집한 기록을 정보분석용으로 사용한 적이 없고, 가치가 없다는 판단 하에 프로젝트를 결국 폐기했다”고 말했다. 위증한 셈이다.
NSA와 미 정부는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것은 테러 의심 외국인을 걸러내기 위해서였다”며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문은 NSA가 테러 의심 외국인 주변에 있던 일반 미국인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도 의도치 않게 수집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매년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외국여행을 하는 수천만명의 미국인도 위치정보 수집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CNN머니방송은 이날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주요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200만건이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컴퓨터 사용자의 키보드 입력을 몰래 가로채는 ‘키로깅(keylogging)’ 프로그램이 세계 전역에 광범위하게 깔려 지난 10월 21일 작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