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의회 ‘미얀마 군사협력’ 놓고 엇박자
입력 2013-12-06 01:45
팽창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얀마와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제한적인 군사협력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미 의회의 시선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싸늘했다고 A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는 냉랭한 의회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비크람 싱 국방부 남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미얀마가 오랜 군사독재를 마무리하고 2011년 민정으로 이양되긴 했지만 여전히 군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제한적인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의 입장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다”면서 “미국과 군사협력을 정상화할 경우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해지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전쟁 능력을 향상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기지원과 같은 직접적 협력이 아닌 군내 인권교육과 같은 제한적 범위에 국한해 지원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군법 제정과 같은 기초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무기 지원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주디스 세프킨 국무부 미얀마 담당 선임보좌관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50년간의 억압적인 군부 통치를 마친 미얀마는 개혁개방 노선을 걸으면서 미국과 급속히 거리를 좁히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테인 셰인 미얀마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미얀마 정상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47년 만이었다. 최근에는 중국의 남아시아 진출을 저지할 전략적 요충지로 미얀마가 거론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의회는 미얀마가 핵실험 등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여전히 군사적인 협력을 지속하는 데다 소수민족 탄압이 계속되는 등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여서 군사적 협력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조 크롤리 의원은 “자국 내 민간인에 대한 살상과 강간을 막기 위해 미얀마 군인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스티브 샤봇 의원도 “오바마 행정부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며 “개혁을 유도하기 위해 갖고 있어야 할 지렛대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민정 이양 후 약 1100명의 정치범이 석방됐다. 2015년 개최되는 대통령 선거는 정신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의 출마가 확실시된다. 다만 최근 18개월 동안 서부 라카인주에 살고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등 여전히 최악의 인권탄압이 이뤄지고 있다. 미얀마는 이들 80만명의 소수민족에게 불법이민자라며 국적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개혁을 통한 미얀마의 안정은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미국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