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지휘자 갈아치운다고 즐겨찾는 클래식 될까

입력 2013-12-06 01:33

프로축구 K리그에 다시 사령탑 교체의 ‘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번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의 김호곤(62) 감독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번 시즌 우승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령탑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김 감독은 자진 사퇴라는 형식으로 울산의 지휘봉을 내려놨지만 실제로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시즌 최종전(울산 0대 1패)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실망한 구단 수뇌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2009년부터 울산을 이끌며 2011년 러시앤캐시컵 우승,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그러나 이번 시즌 마지막 한 경기를 망쳤다는 이유로 물러나게 됐다.

후임으로는 J리그에서 활동한 기간을 제외하고 울산에서만 9시즌을 뛴 유상철(42) 전 대전 시티즌 감독과 실업축구 울산현대미포조선의 조민국(50)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감독에 앞서 지난달 30일 대구 FC의 백종철 감독이 챌린지(2부 리그) 강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정규리그가 끝난 K리그 클래식에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그룹B(하위 스플릿)에서 힘겨운 강등권 탈출 싸움을 벌였던 기업구단 감독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겨울 K리그엔 감독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K리그에서 레이스를 펼친 16개 구단 가운데 총 10개 구단이 감독을 갈아 치웠다. 그러자 한국 프로축구 사상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김호(69) 전 감독은 당시 작심한 듯 감독들의 응어리를 털어놨다.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했다. 지금 축구계에선 지도자들이 마음 놓고 지도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자신의 팀을 만들려면 최소 5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구단은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지도자를 쓰려고 도중에 감독을 교체한다. 마음 놓고 지도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각 구단 수뇌부가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