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비 동결 운동’에 참여한 참 착한 크리스천 집주인들
입력 2013-12-06 01:43 수정 2013-12-06 10:45
‘세입자 보호운동’ 1300여명 동참 5∼10년째 동결 넘어 깎아주기까지… 주거권기독연대, 사례 발표회 및 기자회견
서울 창대교회 선종호(43) 집사는 가리봉동에 다세대 주택(20.8㎡·7평)을 갖고 있다. 보증금 1900만원에 월세 15만원을 받고 있는데, 2008년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월세는 그대로다. 주변 시세는 25만∼30만원까지 한다.
“세입자가 홀로 사는 50대 중반의 남자분인데 형편이 어려우시더라고요. ‘그 분이 여기서 나가면 또 어디로 가야하나’하는 생각 때문에…”
선 집사는 8년 가까이 세입자로 산 경험이 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십중팔구 ‘이사를 가야하나’ 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밖에 없거든요. 예전 제 처지를 생각하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기가 힘들어요.”
서 집사는 5일 서울 동교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린 주거권기독연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시민단체가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권을 뛰어넘는 행위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회기동에 3가구를 임대하고 있는 김모(56·서울 홍릉교회) 집사의 세입자 보호는 10년이 넘었다. 월 28만원에 세를 놓은 26.4㎡(8평) 규모의 셋집은 2010년 25만원으로 오히려 3만원을 더 낮췄다. 전세금 3500만원 정도 되는 방 2칸짜리 36.4㎡(11평) 규모의 집도 보증금을 2800만원으로 낮춰 세입자를 맞았다. 방 3칸짜리 49.6㎡(15평) 규모의 주택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7500만원으로 전세금을 묶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김 집사는 “세입자 집안이 모두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재산은 늘지 않는데, 자녀수는 늘어나면서 형편이 더 나빠지는 걸 지켜봐 왔다”면서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세 시세가 1억원이 넘는 집을 9000만원으로 재계약한 집주인 이옥준(50·새힘교회) 집사도 “전세금을 마련하려고 대출까지 받아야 했던 세입자의 안타까운 형편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들 집주인은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지역 전·월세 값이 치솟으면서 부동산중개인 등이 “임대료를 좀 올려 받아도 되지 않느냐”는 권유를 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주거권기독연대는 최근 한달 보름여 동안 “세입자 주거권 보호에 동참하겠다”는 서명운동을 벌여 지난달말 현재 모두 23개 교회 1322명에게서 서명을 받았다고 이날 발표했다. 강남교회(전병금 목사)에서 423명,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에서 177명, 내수동교회(박지웅 목사)에서 98명 등이 동참했다. 주거권기독연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기독인 서명 및 자진 실천 운동,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연대는 중·고등학교 학제(각 3년)를 감안, 전·월세 계약기간을 3년(현행 2년)으로 연장하는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에 대한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2회 부여하는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