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압구정역 4번 출구. 중년 부인들이 삼삼오오 빠져 나왔다. 이들은 두리번거리며 뮤지컬극장 BBC씨어터를 찾았다. 춥지 않은 날씨. 패딩을 입은 이들도 있었고, 트렌치코트를 여민 이들도 있었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20여 전 보고 이번이 처음이야. 그때 대학로에서 민중이니 대중이니 하는 극단에서 올린 것 같은데…. 세월 참 빠르다. 송년 모임에서 공연 보기로 한 거 정말 잘했어.” 이들은 여고 동창인 듯 했다.
이날 4시 공연 관객은 교인이 많았다. 구역 모임을 끝내고 단체로 관람하는 이들이 로비에서 그룹 별로 입장을 기다렸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뉴욕 브로드웨이 건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구세군 사관 사라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크리스천 사이에 ‘요셉 어메이징’과 함께 ‘연말 강추’ 뮤지컬이다.
3시30분 극장 6층. 분장실, 드레스 룸, 리허설 룸, 소품실, 대기실 등이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서 있다. 복도 옷걸이에는 공연에 쓰일 구세군 복장과 댄서복 등이 수북 걸려있다. 분장을 마친 배우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목청을 트기 위해 “아. 아” 소리 지르거나, 대사를 웅얼거리기도 한다.
이들은 공연 1시간 30분 전 분장 및 마이크 착용을 끝냈다. 시간표에 따라 분장 시간이 주어지는데 어떤 경우든 시간을 맞춰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무대 인물로 바뀐 이들은 공연 15분 전까지 각기 리허설 룸, 피아노 연습실 등에서 개별 연습을 한다. 이들은 이날 낮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분장을 지우지 못한다. 일주일 중 낮 공연이 있는 수요일이기 때문이다. 4시 공연이 7시쯤 끝나면 도시락 식사를 하고 다시 8시 무대에 올라야 한다.
무대를 빛낼 이들은 배우 말고도 또 있다. 공연 시작 30분 전 착석해 연습을 하고 있는 12인조 오케스트라단이다. 이번 작품에선 오케스트라가 무대 밑이 아니고 무대 위 상단 구조물에 착석하도록 되어 있어 관객에게 연주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15분 전, 30여명이 리허설 룸에 다 모였다. 스태프가 공지사항 등을 전달했다. 5분 전, “자! 마칩시다” 소리와 함께 둥그렇게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스카이 역의 류수영, 사라 역의 김지우는 백 스테이지가 있는 7층으로 올라가 각기 건달과 선교사 처녀로 ‘순간 이동’을 했다.
“제가 도박만 하던 전직 죄인입니다. 이런 죄인 얼마든지 모아드릴 수 있어요.”
“술병을 놓고 회개하세요. 주님을 영접하세요.”
이들은 ‘밀당’(연인들의 밀고 당기는 사랑의 교감을 칭하는 속어)을 하며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고전이 된 ‘아가씨와 건달들’은 그렇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내년 1월 5일까지(1588-0688).
글·사진=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15분 전까지 개별연습… 5분 전 “자! 파이팅”
입력 2013-12-06 01:44 수정 2013-12-06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