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예능구단 ‘우리동네 예체능’… 한·일전을 가다

입력 2013-12-06 07:05 수정 2013-12-06 09:09


국가대표 대항전 뺨친 치열했던 명승부

치열한 승부였다. 선수들은 몸싸움을 벌이다 수차례 코트 위에 나뒹굴었다. 두 팀은 친선을 도모하는 ‘생활체육 교류전’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경기가 시작되자 시합은 시종일관 거칠게 진행됐다.



이 경기는 바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이 지난 4일 밤 일본 도쿄 코마자와(駒澤)체육관에서 벌인 농구 한·일전이다. 방송인 강호동(43) 등 연예인 총 9명으로 구성된 ‘예체능’ 농구팀은 도쿄 지역 농구 동호회 3팀의 ‘베스트’ 선수 9명이 모인 농구팀 ‘슬램덩크’를 맞아 멋진 경기를 연출했다. 실제 국가 대표팀간의 한·일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불꽃 튀는 승부였다.



◇땀으로 만들어낸 명승부=기선은 ‘예체능’ 팀이 잡았다. 배우 김혁(32)과 서지석(32), 줄리엔 강(31) 등이 주축이 된 ‘예체능’ 팀은 파워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순순히 물러설 ‘슬램덩크’ 팀이 아니었다. 적중률 높은 3점슛에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예체능’ 팀을 괴롭혔다.



경기는 어느 한 팀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다 싶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다. 시합은 총 4쿼터(각 쿼터 시간은 8분)에 걸쳐 진행됐는데, 쿼터마다 경기 양상이 달랐다. 체육관에 운집한 관객 1200여명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양 팀 선수들의 투지였다. 파울이 이어졌고 비명을 지르며 코트에 쓰러지는 모습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부당한 판정이 내려지면 거세게 항의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시합은 17일 밤 11시10분에 방영된다. 방송 전이니 경기 결과를 미리 밝힐 순 없지만 시합이 끝난 뒤 선수들이 말한 소감을 통해 이날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전할 수 있을 듯하다.



가령 가수 존박(25)은 “‘우리동네 예체능’ 녹화에 참여한 지 25주 정도 됐는데 오늘처럼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죽했으면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예체능’ 인기 요인?…“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난 4월 첫 방송된 ‘우리동네 예체능’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탁구 볼링 배드민턴에 이어 지난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농구 편은 매주 화요일 밤 방송이 나갈 때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대기실에서 만난 강호동은 “‘우리동네 예체능’을 하면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다”며 과거 씨름선수로 활동하던 때를 언급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인기 이유를 짐작케 하는 발언이었다.



“천하장사가 됐을 때보다 더 기뻤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단체전에서 우승했을 때예요. 그때의 영예는 제가 아닌 팀에게 가지만 (개인전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훨씬 더 ‘순수한’ 감동을 받게 되죠. 농구도 마찬가지예요. 5명이 한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쳐가며 하는 운동이니 감동이 커요.”



팀의 코치를 맡고 있는 농구스타 우지원(40)은 ‘예체능’ 팀 멤버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모두 유명한 연예인이지만 언젠가부터 팀의 일원으로 녹아들고 있다”며 “앞으로는 팀의 주연과 조연 역할을 맡는 선수들의 하모니가 더 좋아지면서 ‘예체능’ 팀이 더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