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잉여들의 꿈

입력 2013-12-06 01:28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를 봤다. 청년들이 취업할 때 적성·흥미보다는 수입과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국가기관, 대기업, 공기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공사현장도 아니건만 안전제일주의라니. 바다 위의 청새치처럼 펄떡펄떡 뛰어야 할 청춘이 아닌가. 조금은 객기도 부리고 모험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스크린에서 만난 잉여 사인방처럼 말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 영화 같은 실화는 파리부터 런던까지 총 7328㎞를 자칭 ‘잉여인간’인 네 청년이 총 여행경비 80만원, 노트북 한 대와 카메라 한 대로 유럽 숙박업계를 들었다 놨다 하며 365일간을 여행한 기록이다. 그들은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무료숙식을 제공받아 1년 동안 전 유럽을 일주하겠다는 맹랑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 꿈도 야무진 잉여들의 최종 목표는 여행의 종착역인 런던에서 비틀스를 이을 숨은 뮤지션을 발굴해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찍겠다는 것. 거기에 이 무모한 여행을 영화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창대한 꿈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무한도전의 완성이다.

과연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정신으로 학교에 자퇴서까지 던지고 떠난 이 유쾌한 잉여들의 흥미진진한 유럽평정기는 어떻게 끝났을까. 그 파란만장한 무용담은 스크린 속의 잉여들에게 직접 듣도록 하고(현재 상영 중), 대신 오래전 하늘을 꿈꿨던 한 여성의 용기 있는 도전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1932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그저 하늘을 나는 것이 좋아서 비행기에 올랐고 쉼 없이 도전했던 그녀는 ‘안전함 속에 갇힌 삶은 싫다’고 늘 말했다. 비록 1937년 세계일주 비행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교신이 끊기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세계의 하늘을 품고자 했던 그녀의 꿈과 노력은 대공황시대의 미국인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누구나 비행할 대양이 있다. 할 수 있다는 용기만 있다면!” 언제부턴가 우리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한다. 자의반타의반으로 지워버린 꿈과 그만큼의 상실감. 그 빛바랜 상처들이 쌓여 점점 더 서로의 꿈에 야박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곤란하지 싶다. 이제 서로 꿈에 대해 좀 너그러워지고 진지해져야겠다. 용기를 내보자. 안정을 버리고 모험을 택한 아멜리아와 네 청년들처럼, 천천히 혹은 빠르게 그렇게 스스로 품은 꿈을 닮아가 보자.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