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안 하나 못하나

입력 2013-12-06 01:38

대검찰청 차장과 서울고검장 자리를 맞바꾼 4일의 ‘원포인트’ 검찰 인사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검찰총장에 이어 검찰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빈 자리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그렇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새롭게 취임한 검찰총장의 원활한 지휘권 행사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서울중앙지검장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럴 까닭이 없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어떤 자리인가. 박근혜정부 들어 폐지된 대검의 특수수사 기능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을 지휘·감독하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한둘이 아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위시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사건, 효성그룹 탈세비리 사건 등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루빨리 이들 사건을 매듭지어야 할 상황에 그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공석으로 둔 이유가 궁금하다. 행여 검찰총장 자리도 두 달 넘게 비어 있었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검찰에 묻고 싶다.

이번 인사를 두고 온갖 억측과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신임 김진태 검찰총장이 자기사람을 앉히기 위해 인사를 늦췄다느니,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힘겨루기 때문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검찰 안팎에 자자하다. 검찰의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가 조직 안정이다. 김 총장도 내정 이후 줄곧 뼈저리게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적임자가 없다면 모르되 중요 보직부터 채워나가는 게 인사의 상식이다. 하지만 최고 엘리트들이 몰려있다는 검찰 내부에 적임자가 없을 리 없다. 원칙에 어긋나는 이런 식의 인사는 채동욱 전 총장 낙마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사퇴, 윤석열 전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장 징계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사를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내막을 밝혀야 한다.

현재로선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시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연내 아니면 내년 초, 늦으면 내년 2월 정기인사 때 이뤄질 것이라는 온갖 관측만 무성하다.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인사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법이다. 검찰은 대행체제로도 문제없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어쩔 수 없는 비상시에나 가동하는 게 대행체제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등 현안에 대한 원활하고 신속한 수사를 위해, 검찰 조직의 안정과 쓸데없는 억측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