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무역입국 50년 그 이후는
입력 2013-12-06 01:33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지만 밸런스 유지는 한 차원 다른 어려움이다. 균형 잡힌 생김새와 몸매는 아무나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웬만한 성인이 아니고서는 중도를 지키기란 정말 쉽지 않다. 밸런스, 참 어려운 과제다.
언밸런스는 한국경제의 특성 중 하나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은 이중구조란 말로 쉽게 정리되지만 경제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자면 이 틀은 교정돼야 한다. 하지만 산업화 초기부터 대기업을 앞세운 수출주도형 성장구조가 뿌리내린 바람에 불균형 해소는 쉽지가 않다.
여전히 성장률의 반 정도를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이 아닌가. 1964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겨우 104달러였던 나라가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고 이어 77년 100억 달러, 95년 1000억 달러, 2008년 5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니 한국의 수출입국, 무역대국 신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런데 수출 확대는 영원할까. 세계적인 무역대국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에너지수입이 늘면서 적자국가가 됐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2001∼2010년 연평균 846억 달러였으나 2011년 -202.8억 달러를 기록한 이래 2012년 -728.5억 달러, 올 상반기 -4조2382억엔(약 -424억 달러)으로 해마다 적자폭이 늘고 있다.
주목되는 대목은 일본의 경상수지가 2011년 이후에도 여전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것은 무역수지 외에도 소득수지와 서비스수지가 있는데 대외자산이 많은 일본의 경우는 소득수지 흑자규모가 대규모의 무역적자를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다.
한국은 올해 무역수지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가 6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소득수지는 5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해외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배당과 이자소득 등이 우리나라는 아직 미약하다는 뜻이다.
무역대국 한국이 선진국형 경상수지 구조로 전환하려면 무역흑자와 더불어 소득수지 흑자 확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다. 그 이후를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의 언밸런스도 교정될 수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탄탄해질 터다.
구약성서 잠언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4:27)고 경고한다. 밸런스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뜻이겠다. 5일은 50주년을 맞는 무역의 날이었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