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만리장성에서 휴전선, 부시 장벽까지

입력 2013-12-06 01:28


장벽-인간의 또 다른 역사/클로드 케텔(명랑한 지성·1만7000원)

1989년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지구상에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인종과 종교, 지역 뿐 아니라 이제는 계층으로 사람을 나누고 가르는 장벽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중국의 만리장성 같은 고대 장벽으로부터 시작해 부유층 거주지역인 ‘게이티드 커뮤니티’ 같은 오늘날의 장벽까지 찾아 나선다. 베를린 장벽을 지나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남북한 사이의 장벽, 요르단 강 서안의 이스라엘 장벽 등 ‘전통적인’ 장벽은 더 이상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이제 그의 발걸음은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지대 3200㎞에 걸쳐 쳐놓은 부시 장벽 같은 신생 장벽으로 향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파도바의 범죄 방지 장벽은 또 어떤가. 튀니지인 등 아프리카와 알바니아 이민자들의 마약거래와 난투극 등을 막기 위해 시(市)에서는 아프리카 게토로 불리는 비아 아넬리 지역에 높이 3m, 길이 84m의 철제 울타리를 쳤다. 현재 미국에서는 800만명 이상이 3만개의 게이티드 커뮤니티에 거주하며 가난한 이들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다양한 장벽을 통해 불평등의 실체를 확인시켜주지만, 정작 장벽을 쌓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권지현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