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위인은 괴짜? 일본을 바꾼 외곬 인생들

입력 2013-12-06 01:28


괴짜들 역사를 쓰다/조양욱(기파랑·1만5000원)

식물채집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한 뒤 독학으로 ‘식물 분류학의 거인’이 된 마키노 도미타로. 교통체증을 염려해 장례식을 마다한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엘리트 코스인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벚나무 연구에 매진한 사사베 신타로. 조선 후기 소설 독자층을 연구해 한국 고소설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오타니 모리시게. 현모양처 교육에 반대하고 여성의 참정권을 얻어낸 여성정치가 이치카와 후사에. 짧은 소개만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1949년 이래 지금까지 노벨과학상을 16명이나 받은 일본의 저력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괴짜들과, 그런 괴짜들을 존경하는 일본적인 토양에서 나온다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런 괴짜들을 소개한다.

일본에 정통한 저자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외곬 인생들이 걸어온 길을 훑는다. 그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업적과 역사적 배경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엄지손톱만한 인물사진 한 장 달랑 실려 있는 데다 할애된 양도 짧지만 저자의 수려한 문체와 통찰은 한 편의 전기영화를 보는 듯 인물을 그려내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물들의 생몰연대를 제목에 같이 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본문을 다 읽으면 알 수는 있지만.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