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음식에 관한 순우리말, 이렇게 맛깔날 수가

입력 2013-12-06 01:28


지지고 볶고! 밥상/글 박남일·그림 김우선/길벗어린이

‘대궁밥’은 어떤 밥일까? ‘푸새’와 ‘남새’의 차이는? ‘구뜰하다’는 무슨 뜻일까?

답부터 알아보자면, 대궁밥은 남이 먹다 그릇에 남긴 밥이다. 푸새는 달래 냉이 씀바귀 쑥처럼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라는 푸성귀이고, 남새는 배추 상추 시금치 쑥갓처럼 밭에서 기르는 푸성귀다. ‘구뜰하다’는 변변하지 않은 음식의 맛이 제법 구수해 먹을 만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철 따라 밥상에 오르는 음식만큼이나 다채로운 게 음식을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옛날에는 같은 밥이라도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임금님이 드시는 밥은 ‘수라’, 웃어른 드시는 밥은 ‘진지’, 머슴이 먹는 밥은 ‘입시’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김치를 만들 때 쓰는 ‘움직씨‘도 한둘이 아니다. 절이고, 버무리고 얼버무리고, 뒤버무리고…. 얼버무리는 것은 대충 섞는 것이고, 뒤버무리는 것은 마구 뒤섞어 버무리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 썰기도 통썰기, 반달썰기, 어슷썰기, 채썰기, 깍둑썰기, 나박썰기 등 그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다.

국물 있는 음식의 조리법도 바특하게 졸이거나, 오래 달이거나 푹 곤다 등 다양하다. 바특하게는 국물이 조금 적어 묽지 아니한 정도다. 달이는 것은 끓여서 진하게 만드는 것이고, 고는 것은 고기나 뼈 따위를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는 것이다.

맛을 나타내는 ‘그림씨’는 또 얼마나 여러 가지인가. 씁쓰레하다, 떨떠름하다, 팍팍하다, 타분하다 등등. 타분하다는 입맛이 개운하지 않거나 음식의 맛이나 냄새가 신선하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오랫동안 우리말을 연구해온 작가는 음식에 관한 우리말을 음식 이름, 조리법, 맛을 나타내는 말로 나누고, 묶음별로 뜻과 사용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글을 달았다. 또 그에 알맞은 그림이 곁들여져 아이들이 읽다 보면 어른들 귀에도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 관련된 우리말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했다.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시리즈’의 하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