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미디어비평] 네이웃의 아내 : 금기 넘어선 멘털스와프
입력 2013-12-05 14:09
[친절한 쿡기자] jTBC의 월화미니시리즈 ‘네 이웃의 아내’는 부부간 교차 로맨스를 다룬 멘털 스와프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방송에서 스와프는 금기영역으로 남아있었다. 특히 부부간 스와프는 암시하는 어떤 드라마도 선뜻 시도되기 어려웠고, 그 시도 자체가 그동안 금기였다. 더구나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방송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웃 부부간 교차 로맨스를 다루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영역이었다.
JTBC가 방송중인 ‘네이웃’은 첫 방송부터 부부의 침실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종의 부부침실을 엿보는 관음증의 기획이 아니냐는 일부 비판도 있었다. 또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단위인 가정의 내부를 너무 쉽게 다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네이웃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금기영역에 남아있었던 부부생활의 깊숙한 내면을 편마다 드러냈고, 이를 통해 솔직한 고단한 삶을 사는 부부들의 고민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고민해보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특히 두쌍의 부부 캐릭터의 반전과 그들의 침실내 고민은 그만큼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촉발하는 드라마 구성요인이 되었다.
먼저 워킹맘 송하(염정아 분)는 일종의 ‘직장의 신’이다. 일에 관한한 당돌한 대쉬와 자신의 직업적 측면에서 결코 남보다 뒤쳐서는 안되는 능력있고 맹렬여성의 캐릭터다. 모든 여성들의 선망 대상인 대학병원 교수 겸 의사 남편인 안선규(김유석)은 결코 밖에서 보는 그런 풍족하고 능력있는 의사 가장이 아니다. 오히려 겉만 번지르할 뿐 돈이나 처세엔 관심이 없는 그야말로 고지식한 수술한 고집하는 의사일 뿐이다.
맹렬한 워킹맘과 소신이 있지만 세상을 등진 의사 남편간 부부생활은 당초 예상을 뒤집는 반전의 연속이다. 오히려 아내 기(氣)에 눌려 사는 남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마누라성 발기부전’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대찬 마누라의 기에 눌린 남편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당초 예상을 넘어서며 반전의 묘미를 던져준다..
두 번째 민상식(정준호 분) 홍경주(신은경 분)부부. 요즘 세상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남존여비의 구성틀에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고졸의 학력에 가난을 탈출하려 무작정 능력남에게 결혼했지만 줄곧 자아의 억눌림 속에서 그다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반면 남편 민상식은 살림살이 하나까지 일일이 챙기는 쫀쫀함에 아내를 무시하는 전형적 가부장적 사고의 소유자다. 그러나 직장업무 과정에서 비즈니스 상 광고회사 팀장인 송하와 얽히면서 주종의 부부 역할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두쌍의 부부의 교차 로맨스는 회를 거듭할 수록 정신적인 스와프단계에 이미 접어들었다. 아파트단지 내 ‘참새’인 아줌마들의 극성스러울 정도의 두 부부에 대한 관심은 말많고 소문빠른 우리 아파트문화의 단상을 보여준다. 두 아줌마역의 하성인(서이숙 분) 국영자(김부선 분)은 단순조연의 역할을 훨씬 넘어서 쏠쏠한 볼거리와 재미거리를 던져주는 우리의 이웃이다.
아파트 단지 소문의 진앙지인 치킨맥주집 주인인 국영자는 역시 문제의 부부들과는 같은 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 관계다. 공부 잘하는 착한 아들을 둔 영자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를 통해 시청자들은 단순히 극중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스토리를 현미경 드여다보듯하는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비록 출입문을 마주보는 같은 아파트 부부 이야기이지만 두 부부의 교차 로맨스는 이제 멘털의 단계를 넘어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다. 12월 3일 방송분에서 드디어 두 부부 모두 배우자의 교차로맨스의 현장을 목격하고 진상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 두 부부 모두 ‘함께 잠을 잤느냐’는 다그침에서 그들은 멘털을 넘어선 그 이상의 단계로 갔는지 의문을 서로에게 던진다.
이 드라마는 이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찾아가는 로맨스이냐, 가정이 깨지지 않는 모럴로 돌아가느냐 두 선택을 강요한다. 연출자나 작가, 시청자 모두 고민일 것이다. 극 설정 자체가 이웃간의 부부의 교차로맨스로서 부부 침실안을 엿보게 하는 두근거림을 주었으나 과연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가 관심사다.
이 드라마는 극중 대사에서도 나오듯 어느 한쪽의 극단적 선택이 남았을 뿐 사랑과 현실의 절충점은 없어 보인다. 그것이 오히려 시청자를 압박한다.
사랑이냐 현실이냐 갈림길에서 네이웃이 어느 길을 선택해 갈지 나머지 분에서 지켜봐야할 핵심 대목이 아닌가 싶다. 멘털 스와프를 설정한 그 자체가 비현실적 작위성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픽션 드라마의 구성요소중의 히나일 뿐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금기영역을 크게 넘어서지 않고 오늘을 사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수채화 그리듯이 솔직히 묘사했다는 점은 네이웃이 방송 첫회부터 주목받는 드라마적 포인트다.
김경호 논설위원 겸 방송문화비평가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