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25억 도산전투도 구입 추진에 의회 논란
입력 2013-12-05 01:34
울산시가 현재 울산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도산전투도(島山戰鬪圖·사진)를 구입하기 위해 2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자 울산시의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울산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3일 추경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에서 도산전투도 구입비를 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도산전투도는 정유재란(1597년) 때 도산성(현재의 울산 중구 학성공원)에서 조명(朝明)연합군과 왜군이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6폭짜리 병풍 3점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그림 원본은 당시 참전한 왜장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가 구술한 것을 가신인 오오키(大木)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소실되고 현존하지 않는다. 현재 일본에서는 18∼20세기 무렵 제작된 모사본 3점이 전해오고 있다.
첫 번째 병풍에는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도산성에 웅거한 왜군 진영으로 진격해 가는 장면을, 두 번째 병풍에는 조명연합군이 도산성을 포위하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세 번째 병풍에는 조명연합군이 왜군의 지원군에게 밀려 긴박하게 후퇴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 이 전투에서 조명군은 왜군에 패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2차 전투에서도 탈환하지 못했다.
울산박물관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이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인 사카모토 고로(板本五郞)씨로부터 빌려 기획전시실 2관에서 전시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97년 예산문제와 구입 타당성에 관한 논란 때문에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울산박물관은 도산성의 모습이나 철저한 전투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구입키로 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김무림 관장은 “울산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화”라며 “당초 50억원이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25억원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힘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정태 시 의원은 “명군 7만명, 조선군 2만5000명이 참전했는데도 함락시키지 못했다”며 “일본에서는 적은 숫자로 지켜낸 전투로 기록돼 숭배가 될 수 있지만 조명군은 뼈아픈 역사”라고 지적했다.
반면 허령 시의원은 “역사적 관점은 다르다”면서 “교훈적 가치도 포함되고 실패한 역사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 예산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울산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통과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