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생 휴대전화 일괄 수거 보관하다 분실 땐 정부가 교사 대신 보상한다는데…

입력 2013-12-05 01:34


내년부터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보관하다 분실할 경우 교사 대신 정부가 보상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교육계에서는 “교사 부담을 덜어준다”는 환영과 “물질적 배상은 비교육적”이란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를 강제 수거하는 현 규제방식 자체가 문제이며, 교육부가 이런 ‘보상 정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씁쓸한 학교 세태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는 초·중·고교에서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보관하다 분실할 경우 학교당 최대 2000만원까지 보상·지원하는 학교배상책임공제사업을 내년 1월부터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지난 6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청 자체 예산 2억원으로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지만 교육부 차원에서 학생 분실물 보상금을 제도화한 건 처음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학교마다 학교장 방침으로 휴대전화 사용금지에 대한 학칙을 만들곤 있지만 정작 분실·도난 사고에 대비한 규정이 없어 교사들이 그 책임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사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교사 대신 정부가 학생에게 배상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총이 올 5월 초·중등 교사 31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42.0%가 ‘최근 1년 사이 학교에서 휴대전화 분실사고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또 교사의 33.0%는 ‘분실사고로 본인 또는 동료 교사가 학생·학부모와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81.0%는 ‘휴대전화 분실·도난 사고에 대비한 규정조차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A초등학교 여교사 김모(30)씨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반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관하다 전체를 도난당하자 차를 팔아서 일일이 배상해줘야 했다는 얘기는 교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며 “최근에는 이를 악용해 교사가 수거해간 자기 휴대전화를 몰래 빼낸 뒤 교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휴대전화 도난 사고를 직접 겪었다는 서울 B고교 2학년 이모(45) 담임교사 역시 “요즘은 학생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학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며 “교육부의 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법이 꼭 예산을 들인 ‘사후’ 처방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 휴대전화를 갖고 올 수 있도록 허용하되 수업시간에는 사용하지 않게 하는 자율적 규제법이나 학교가 보관함을 설치하고 교사가 아닌 학생이 직접 관리하는 ‘사전 예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C중학교 교감(54)은 “일부 학교의 경우 도난 사고를 막기 위해 학교가 투명한 보관함을 교실 뒤에 설치하고 교사 대신 학생들이 순번제로 관리하고 있다”며 “도난 사고 감소는 물론 학생들의 책임감과 자율성, 봉사정신도 함께 함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