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내 파트 폐지”-“정보기관 기능 약화” 맞서 난항 불가피

입력 2013-12-05 01:38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를 설치해 연내에 입법하기로 합의하면서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정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사실상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연계돼 있어 민주당 입장에서는 숙원 과제를 풀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국정원 기능 약화라는 반론이 적지 않고, 국내 최고의 권력 기관에 칼을 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난항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선 예산안 처리, 후 특위’, 민주당은 ‘선 특위 또는 동시 처리’를 주장하며 이달 막판까지 맞설 전망이다.

◇“국회 통제 강화 당연” vs “국가 안보 위태”=여야 합의 사항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국회 정보위원회 상설화,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 통제, 예산안 통제권 강화 등을 연내에 법제화한다는 점이다. 김한길 대표는 4일 의원총회에서 “특위는 지금 우리가 당장 먹지 않으면 금방 맛이 가버리는 과일과 같다”며 “지금 구성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보위 상설화와 예산안 통제권 강화는 국정원에 대한 국회 통제의 대폭 강화를 의미한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약 1조원의 예산을 쓰는데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통제가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정보기관 예산을 의회가 편성·심의하고 있는 미국 등의 현실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의총에서 “정보위가 상설화되면 정치권 내 종북세력이 노리는 대로 국가 안보기관이 야당 눈치만 보고 할 일을 못 하는 불상사가 현실화된다”며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예산이 노출되면 국정원의 조직 규모나 활동 내역이 드러난다는 우려다.

국정원 직원의 정부 기관 출입 통제 및 정당·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것은 국내 정보 파트 존폐 여부와 직결돼 있다. 민주당은 “국내 정보관(IO)의 기관 출입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업무 자체를 폐지시킨 것”이라며 폐지 합의를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국내 대공 업무를 약화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치 관여 방지책=내부고발자의 신분 보장, 부당한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직무집행거부권 보장 등은 지난 대선 이후 논란이 된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대표적 과제들이다.

그러나 내부고발자 신분 보장이 오히려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사람을 양산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다. 예를 들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와 같은 사태가 빈발할 수도 있다.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는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 글 작성 의혹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북한 등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심리전을 강화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정원은 대북심리전과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대공 수사권 등에 관한 사항은 내년 2월 말까지 논의한다고 돼 있어 여야 합의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제를 미리 정해놨으니 연내에는 특위가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정보기관의 근간을 흔드는 움직임은 차단하고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에는 문희상 정세균 신기남 의원 등 민주당 대표급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고, 새누리당은 조원진 이철우 권성동 김재원 김도흡 송영근 조명철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거론된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