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이후] 고모 김경희 지고… 이복 누나 ‘김설송’ 뜨나
입력 2013-12-05 02:43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복누나인 김설송이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4일 “김설송이 장 부위원장의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로 실각한 김경희를 대신할 수 있다”며 “김설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이전보다 약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건강상 문제 등으로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앞으로 김설송이 북한의 중요한 자금과 인사 문제를 관할하고 김 제1위원장의 정책 수립과 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설송은 그간 김정은 체제 유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김경희의 변고 시 그 역할을 계승할 인물로 꼽혀왔었다. 북한의 당과 군의 움직임을 김 제1위원장 혼자 속속들이 감독할 수는 없어 김경희처럼 신뢰할 만한 가족 가운데 누군가 김 제1위원장의 부담을 나눠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할 인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부터 정치훈련을 받아온 김설송이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김설송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김설송은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부인이며 북한사회에서 본처로 인정받고 있는 김영숙의 딸로 1971년생, 1973년생, 1974년생이라는 설이 엇갈리지만 전문가들은 1974년 12월 30일생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설송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재원으로 대학졸업 직후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에 배치돼 문학 분야 업무를 담당했다. 선전선동부에서 선정된 문학작품 가운데 김 위원장의 서명이 있는 것은 대부분 김설송이 했다는 설도 있다. 김설송은 이후 서기실과 당 중앙조직부 등 다양한 핵심 부서들을 거치면서 북한의 권력운용 방식을 체득했다.
김설송은 90년대 말부터는 김 위원장의 경호 업무와 일정관리 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했고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와 군 시찰 시 수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서를 점검했다는 설도 있다. 김설송은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 북한 권력기관 내부를 연결하는 인트라넷뿐 아니라 해커부대를 비롯,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사회에서는 2000년대부터 김설송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실세’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김설송의 이런 위치와 영향력은 아버지 김 위원장의 총애에서 기인했다. 김설송은 김 위원장이 가장 사랑했던 자식으로 업무능력도 뛰어나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제1위원장 역시 김설송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3월 판문점 방문 때 김설송이 함께하기도 했다. 현장시찰에 동행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가족은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이라며 “김설송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