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이후] 켄 고스 美 해군분석센터 국장 “김정은 권력 공고화·권력투쟁 이상 신호”
입력 2013-12-05 02:38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관련,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공고화가 빨라졌을 가능성과 김 제1위원장을 보호해 온 방어막이 깨지고 내부 권력 투쟁이 가열되는 ‘이상 신호’일 가능성 등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열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북한 권력체제 전문가로 꼽히는 켄 고스(사진)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은 3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어떤 이유로 장 부위원장이 실각했는지, 김정은이 어느 정도 간여했는지 등 미스터리 투성이”라며 “어느 한쪽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 부위원장이 실각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두세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우선 김정은 제1위원장이 통치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어 그동안 주요한 권력을 행사해 온 장 부위원장을 이른 시기에 내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제1위원장의 권력공고화가 빨라진 신호라는 해석이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이 권력 장악 마지막 단계로 장 부위원장을 실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최소한 1년은 더 걸릴 것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가능성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간 권력투쟁이 가열돼 결국 장 부위원장이 ‘주변화(marginalized)’됐고 이는 김 제1위원장을 둘러싼 방어막이 깨진 상황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권력투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며, 김 제1위원장은 외부 위험에 노출돼 북한의 권력구조가 매우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스 국장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성가시고 우려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스 국장은 장 부위원장의 실각이 사실임을 가정한 위의 두 가지 외에 세 번째 이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특히 중국 등 외부 세계에 북한 권력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장 부위원장은 실제로 실각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중국 등이 매우 강력한 응징을 경고하고 있는데, 북한은 권력체제의 불안정을 루머 등으로 노출시켜 중국 등이 북한을 다룰 때 매우 주의해야 함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