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은 뒷전이고 연봉만 챙기는 은행장
입력 2013-12-05 01:34
예·적금 담보 환급액 허위 보고도 모자라 주택기금 횡령 사고까지 저질러 당국의 특별검사를 받는 국민은행장의 지난해 연봉이 무려 9억5000만원이란 사실은 금융권의 도덕불감증을 웅변한다. 국민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평균 20%나 감소했는데도 은행장들의 연봉은 최대 20%나 올랐다. 도대체 염치가 있는가.
민간 기업인 은행이 실적이 좋을 때 최고경영자가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실적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연봉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리는 것이 말이 되는가. 더욱이 내부통제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금융사고가 터지는 마당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묻고 싶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고나 부실경영으로 실적을 내지 못한 전·현직 은행장과 금융그룹 회장의 성과급을 대폭 깎거나 반납받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비록 관치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은행권의 성과체계 기준을 실적에 비례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하기 바란다. 은행장의 연봉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금주인 국민을 대신해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또다시 야금야금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9월보다 0.6% 포인트 올린 것을 비롯해 대부분 시중은행이 0.2% 포인트 내외로 금리를 올렸다.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는데 따른 자구책이라고는 하지만 조달금리는 오히려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기나 다름없다.
국가의 면허를 받아 독점적 이익인 예대마진을 보장받는 은행은 원칙적으로 공공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 챙긴 수익으로 최고 수준의 복지를 누리다 경영이 악화되자 다시 손쉽게 금리를 올리는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 우리 은행들도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원시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으로 발전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대오각성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