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이후] 당↔군 왔다갔다 권력이동 끝내고 ‘당의 軍 장악’ 구도로
입력 2013-12-05 03:30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함께 북한 지도부 내 ‘파워 시프트’(Power Shift·권력이동)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이번 ‘피의 숙청’에 이어 곧바로 자신의 ‘1인 지배체제’ 공고화 작업에 돌입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권력층의 반발로 인한 체제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제1위원장은 ‘장성택 사태’를 통해 집권 2년여 만에 세 번째 파워 시프트에 돌입했다. 지난해 초반 이영호 전 군 총참모장에게 엄청난 권력을 부여하며 ‘군 중심 지배체제’를 형성했던 그는 같은 해 6월 급작스럽게 이 전 총참모장을 숙청하면서 장 부위원장 중심의 ‘당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쪽으로 권력을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당 최고위층에 집중됐던 권력을 빼앗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에게 집중시키는 형국이다. 문제는 최 총정치국장이 정통 군 인사가 아니라 당 출신 관료라는 점이다. 결국 그동안 군과 당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던 권력의 향배가 ‘당의 군 장악’ 시스템으로 정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 제1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산인 ‘선군(先軍) 정치’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당의 영도’를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 중심으로 통치해야만 북한의 가장 큰 약점인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 부위원장이 실질적 2인자를 자처하며 마치 ‘섭정’을 하는 것처럼 행세하자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이제 김 제1위원장에게 남은 과제는 ‘1인 지배’를 위한 당 중심의 통치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파워 시프트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최 총정치국장이다. 당과 군을 넘나들며 ‘김정은 지배’를 확립하고 각종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총정치국장에게로만 권력이 쏠릴 경우 당과 정부, 군 고위층의 반발이 튀어나올 수 있다. 급격한 권력변화 자체가 북한 체제 내부의 불안요소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어서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이 “이번 숙청이 북한 체제 전체의 급변 사태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항상 내부 동요가 발생할 경우 체제 결속 강화를 위해 한반도에서의 긴장 상태를 높이는 식으로 행동해 왔다. 올 초 3차 핵실험이나 안보위기 등도 모두 ‘김정은 권력 공고화’ 과정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돌발행동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김 제1위원장이 이번 숙청을 통해 권력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이 같은 방법을 채택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 정세 시계가 지난 5월 북한의 대화공세 이전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 최고 지도부의 미세한 변동까지 세밀하게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