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ADIZ를 참칭해 관할권을 확대한 것으로 한·미·일이 공동보조를 취해야”
지난달 23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ADIZ)이란 이름으로 동중국해 상공에 설정한 것은 지리적 범위와 행사하려는 권리의 성질로 보아 ADIZ가 아니라 ADIZ를 참칭(僭稱)한 관할권 확대(creeping jurisdiction)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ADIZ의 남상(濫觴)은 1950년 12월 미국이 설정한 것과 1951년 5월 캐나다가 설정한 것이다. 이는 양국이 영공에 인접한 공해 상공에 일정 구역을 지정한 다음 영공을 향해 날아오는 항공기가 그 구역에 들어왔을 때 지상 관제소에 비행계획 및 시간별 위치보고를 하게 하고 이에 위반한 경우에는 착륙 후 조종사에게 벌칙을 과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제도였지만 출입국 관리에 관한 주권국가의 권리 행사라는 점에서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영공에 들어감이 없이 그 구역을 통과만 하는 항공기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공해상공 비행 자유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이 ADIZ라는 명의로 설정한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동중국해라는 지구상 한 지역 전체의 상공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어도 및 해양경계 획정 시 한국에 귀속될 해역의 상공, 그리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및 해양경계 획정 시 일본에 귀속될 해역의 상공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타국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중국 영공에 들어가려는 항공기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국제법상 확립된 공해상공 비행 자유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다. 중국이 발표한 규제위반 항공기에 대한 제재는 놀랍기만 하다. ‘무장역량을 동원해 방위성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영공 침범이 있는 경우라도 민간 항공기에 대해서는 허용되지 않는 만행이다(국제민간항공협약 제3조의 2 참조).
전시 또는 그 밖의 비상사태 때에는 국가는 예외적으로 자국 영공에 인접한 일정한 범위의 공해 상공에 외국 항공기의 왕래를 규제 또는 금지하는 구역을 설정해 집행할 수 있다. 1951년 3월 22일 미군에 의해 설치된 한국 ADIZ(KADIZ)가 대표적 사례인데 그것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에 상존하는 초긴장 상태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달 25일(한국시간 26일) 괌 기지를 출발한 미 전략폭격기 B-52 2대가 중국에 통고 없이 동중국해 상공을 비행했다. 이것은 정녕 중국 ADIZ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동중국해에서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법적 권리를 갖지 않은 미국이 이 같은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중국의 ADIZ 설정으로 잃게 된 동중국해 상공에서의 비행 자유를 되찾으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되찾지 못한다면 미국은 지금까지 그곳에서 실시해 오던 공중정찰 활동을 다시는 못 하게 될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코르푸해협 사건에 대한 1949년 4월 9일의 판결에서 ‘권리의 확인’을 위한 행동은 국제법상 금지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통항자유 프로그램(Freedom of Navigation Program)’이란 작전계획 하에 침해된 국제법상의 권리 또는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실력 행동에 나섰다. 동중국해에서 있었던 미국 행동은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세계를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에 전쟁 역량의 수송을 보장해주는 해상 및 공중에서의 통항 자유는 수호해야 할 핵심적 이익이기에 동중국해에서의 양보는 있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국력의 격차로 보아 한·일이 개별적으로 행동에 나서서는 중국에 대항하기 어렵다. 다행히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 관련되고 있어 한·미·일 3개국의 공동 대응의 길이 열려 있다. 중국의 ADIZ 설정으로 동중국해에서 잃게 될 국익을 되찾고 이를 수호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길밖에 달리 방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시사풍향계-김찬규] 중국 ADIZ,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입력 2013-12-05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