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튜어디스바 이어 간호사복 메디컬바까지… 변태 술집 우후죽순 치떠는 여성들
입력 2013-12-04 22:13 수정 2013-12-05 01:33
“애들 금방 갈아입히고 올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난 3일 서울 신촌의 한 ‘메디컬 바(Medical Bar)’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곳은 여종업원이 간호사 복장으로 술을 따라주며 서빙한다고 홍보하는 업소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평상복을 입고 있자 한 손님이 항의한 것이다. 업소 주인은 “지금 있는 간호사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새로 바꿀 때까지 요즘은 수요일에만 입는다”며 손님을 달랬다.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10여분쯤 지나자 각각 간호복과 여고생 교복을 입은 여성 두 명이 이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실랑이가 미안했는지 업소 사장이 교복까지 ‘서비스’한 셈이다. 이들은 이 메디컬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다며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왔는데 간호사 옷을 입으라고 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전문직 여성을 성(性)적으로 비하하는 ‘코스튬(costume) 술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서울 신촌 종로 강남 등 유흥가에는 메디컬 바는 물론 여성들이 비행기 승무원복을 입고 일하는 스튜어디스 바, 크루즈 유람선 승무원복을 입는 크루즈 바 등이 성업 중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홍대 인근의 크루즈 바와 스튜어디스 바는 1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려 있었다. 크루즈 바에는 승무원복을 수선해 노출이 심하게 만든 옷을 입고 여성들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30분마다 자리를 옮겨 가며 손님을 상대하는 동안 손님들은 여성들을 옆에 앉히려고 웃돈을 내기도 했다. 스튜어디스 바 역시 여성 종업원들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제복을 흉내 낸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메디컬 바를 운영하는 A씨는 “본래 스튜어디스 바를 하다가 좀 더 새로운 걸 해보려고 메디컬 바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코스튬 바는 일반 술집보다 가격이 비싸 대부분 30대 이상 직장인이 찾는다. 그러나 대학가에선 20대 학생들이 손님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개그 프로그램이나 뮤직비디오 등에서는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종종 봤지만 술집에서 간호사 복장으로 영업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해당 업주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하공업전문대 항공운항과의 한 교수는 “항공사 승무원 복장을 이용해 장사하는 술집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고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대경대학교 관광크루즈승무원학과 김승남 교수도 “변태성을 자극하는 장삿속이 빚어낸 결과”라며 “아직은 우리나라 크루즈 승무원 숫자가 많지 않아 이들의 이해를 대변할 단체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