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행정관 “안행부 간부가 채군 정보 조회 부탁”
입력 2013-12-05 03:32
청와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4일 조모(54) 행정관의 개인정보 불법열람 사실을 시인하면서 화살을 안전행정부 고위 공무원 김모(49)씨에게 돌렸다.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의 ‘폭로’ 하루 만이다. 개인정보 불법열람 의혹이 ‘채동욱 찍어내기’ 청와대 기획설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조 국장→조 행정관→김씨’로 이어지는 개인정보 불법 유출 연결고리를 확인했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나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는 안행부 고위공무원으로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돼 올 5월까지 근무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대학 선후배 사이로 박근혜정부 청와대에도 몸담았던 인물이다.
조 국장은 2009년 국정원에서, 조 행정관은 2008년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현 안행부)를 거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경력과 연관된 부분이 많다. 또 조 국장, 조 행정관, 김씨는 각각 경북 포항·안동·영천 출신의 TK(대구·경북) 인사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정부 시절 중용됐던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을 중심으로 원 전 원장 구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 행정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조 국장처럼 “해당 정보가 어떤 내용인지 몰랐고 확인 부탁만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가 어떤 경로로 채모군 신상정보를 입수했고, 왜 조 행정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느냐는 의문은 검찰 몫으로 남게 됐다. 개인정보 불법 유출을 최초 지시한 인물이 누구이고, 이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했는지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와 항공권 발권 기록도 외부로 새어나간 만큼 김씨 외에 다른 유출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지난 2일 “당사자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다”며 반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조 국장이 3일 개인정보 불법열람 요청자로 조 행정관을 지목한 뒤 부랴부랴 재차 경위 파악에 나섰다. ‘청와대 기획설’을 피하려는 서툰 대응으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이날 청와대 발표 직후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물어와 ‘나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왜 청와대가 나를 지목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조 행정관이) 내 친척 누님의 남편이고 고향도 가까워 평소 자주 연락하고 친하게 지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안행부 감찰 조사에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장영수)는 전날 조 행정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았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지난 6월 11일 조 국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휴대전화를 특정해 청와대 측에 제출을 요구했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사용한 업무용 전화와 개인 전화를 모두 확보해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조 국장의 휴대전화도 압수한 뒤 통화 및 문자 송수신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등 데이터를 복원·분석할 조사요원 2명을 수사팀에 파견했다. 검찰은 조 국장 소환조사(지난달 28일) 이후 닷새가 지난 시점에야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 “조 국장의 외부 발언이 검찰 진술 때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휴대전화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 행정관과 김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