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학자 논문 발표 봇물… 세계 신학계 변방서 중심으로

입력 2013-12-05 02:30

세계 신학계의 변방에 있던 한국인 신학자들이 권위 있는 국제 학술회의에 참여해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한국 신학’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 4일 신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23∼26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개최된 ‘2013 국제성서학회(SBL)’ 연례모임에 총신대 김희석(구약학), 정창욱(신약학) 교수와 이화여대 박인희(신약학), 서울신대 문우일(신약학) 박사 등 중견·신진 신학자가 참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은 1880년에 창설된 성서학회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단체로 알려져 있다. 지역모임과 국제모임, 연례모임으로 나눠져 있으며 연례모임은 전 세계에서 5000명의 학자들이 참가해 200개 분과별로 교류와 학술회의를 병행한다. 이 중 100개의 주류 분과는 논문 발표와 토론 등의 심도 있는 회의로 진행하며 여기에 참여하는 한국 학자들은 신구약을 합해 10명 안팎으로 꼽힌다. 국제모임의 경우 2016년 한국 연세대에서 개최된다.

이번 연례모임에 참가한 문 박사는 “성서학계의 최전선인 SBL 주류 분과는 한국 학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더 많은 국내 신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계에 따르면 SBL은 탈제국주의의 영향으로 비주류 국가 출신 학자들의 참여가 증가했다.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출신을 비롯해 여성 학자들이 약진하고 있으며 남미의 학자들은 인간 소외와 보편적 인권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SBL은 한국 학자들의 참여를 위해 ‘한국 성서 콜로키움’이라는 친선 분과도 개설했다.

성서학 연구는 공관복음(마태·마가·누가복음)과 마가복음이 활발한 편이며 최근엔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한 문학비평에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외경과 위경 연구도 계속되고 있으며 성서학을 철학과 신학의 차원에서 탐구하는 것도 진행 중이다. 국내 신학계에서도 핫이슈로 떠오른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한 토론은 영국 신학자인 N. T 라이트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SBL은 한국 학자들의 수장 격인 김세윤 미 풀러신학교 교수가 30대 시절 참여했으며 1.5세 미주 한인 신학자 10여명도 정기적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