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이후] 北 ‘피의 숙청’ 작업 진행 중

입력 2013-12-05 03:28

장성택(67)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함에 따라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1인 지배체제’ 강화를 위한 ‘피의 숙청’이 이어지고 있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중심으로 한 군부의 영향력으로 대외 강경파가 득세해 또다시 핵실험 등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짐에 따라 군부와 당·정 간 권력투쟁으로 정변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북한방송은 4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장 부위원장을 국가보위부가 아닌 인민군 보위사령부에서 체포했고, 현재 전군에 전투동원태세 명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장 부위원장 실각 직후 김 제1위원장이 ‘전군에 전투동원태세를 갖출 데 대하여’라는 최고사령관 명령을 하달했다는 것이다. 장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은 평양 시설 및 경제특구 건설에서 국가 재산을 빼돌린 죄로 지난달 12일 ‘반당반혁명분자’라는 명목으로 감옥에서 처형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장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미사일 발사 때부터 개성공단 폐쇄, 핵실험 문제를 반대해서 (김 제1위원장의) 미움을 샀고 최근 경제특구 건설도 자기 마음대로 지시했다”며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부터 장 부위원장의 거만함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간담회에서 “장 부위원장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장 부위원장이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고,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에 대한 후속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실각 배경이 권력투쟁인지, 김 제1위원장의 의도적 숙청 작업인지에 대해선 “두 가지가 다 겹치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의 권력 공고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게 사실이고, 이를 숙청으로 본다면 그런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혁명적 신념은 목숨보다 귀중하다’는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혁명적 신념에서 탈선하면 누구든 용서치 않는다”며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조했다.

장 부위원장 실각 이후 북한 권력의 최고 핵심부에서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김정은 집권 2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5일 개최하는 세미나에 앞서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핵심 권력층의 경쟁 갈등 구도가 대치되고 있으며 (장 부위원장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사망 등 돌발상황 발생 시 급격한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김 제1위원장이 정책적 과오를 범하거나 국가가 더 큰 혼란에 빠질 경우 장 부위원장과 그의 세력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김 제1위원장을 제거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