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유혹 뿌리치면 ‘문화’가 보인다

입력 2013-12-05 01:46 수정 2013-12-05 14:33


가족 여행지로 부상하는 마카오

‘마카오=카지노 도시’의 이미지는 견고했다. 모든 리조트의 1층에는 어김없이 카지노장이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마카오의 속살을 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호텔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 15분만 걸어서 리조트 단지를 벗어나면 1990년대 서울 변두리에서 본 듯한 포근한 돌담길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카지노장의 유혹을 떨칠 용기가 있다면 마카오는 한겨울에 따뜻한 가족여행지로 제격이다.

◇코타이 스트립의 따뜻한 겨울정취=코타이 스트립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이 마카오에 지은 복합 리조트단지다. 이곳은 베네시안 마카오, 샌즈 코타이 센트럴-콘래드, 쉐라톤, 홀리데이 인, 포시즌 등 특급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파리를 본 뜬 파리지안 호텔이 완공되면 이 지구에만 1만5000여 객실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형태의 관광단지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마카오의 겨울은 우리나라의 청명한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지난달 23일 베네시안리조트에서 열린 ‘윈터 앳 코타이 스트립’ 오프닝 행사에는 스티로폼 재질로 만든 인공의 눈이 흩날렸다. 동남아와 유럽 등 각지에서 온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화려한 레이저쇼를 즐기며 따뜻한 겨울을 만끽했다.

샌즈그룹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와 협약을 통해 슈렉, 쿵푸팬더, 마다가스카 등 드림웍스의 대표적인 캐릭터 인형들이 아이들을 맞아준다. 홀리데이 인 호텔에서 ‘슈렉패스트’로 아침식사를 하면 쿵푸팬더가 아이들에게 다가와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귀찮게 장난을 친다.

식사를 마친 뒤에 아시아 최대 실내 얼음조각 전시회인 아이스월드로 발길을 돌리면 3000평 규모의 거대한 전시장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영화 캐릭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팝스타 알리샤 키스의 콘서트, 세기의 복서 파퀴아오의 재기무대 등 다양한 이벤트가 1주일 단위로 이어진다. 밤이 되면 코타이 스트립의 거리는 더욱 화려해진다. 베네시안 리조트를 관통하는 물길을 따라 곤돌라를 타면 미녀 뱃사공의 ‘아리랑’ 생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온 듯한 기분. 심신이 지쳤다면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야경을 보며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서양 퓨전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곳=리조트의 야경이 지겨워질 때가 되면 발품을 팔아보자. 코타이 스트립에서 20분만 걸어가면 ‘타이파 빌리지’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20세기 초에 지어진 에메랄드 빛 색깔의 옛 포르투갈 방식의 집들과 동양적 이미지를 간직한 사원 등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돌담길을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먹자골목인 쿤하 거리를 중심으로 상점과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만 바가지 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포르투갈 레스토랑에서는 큼직한 치즈와 과일과 함께 내놓은 3∼4인분용 안주가 4만원 정도. 그 옆 타이 식당에서는 칭다오 맥주 ‘대(大)자’ 한 병 가격이 불과 2000원에 안주는 만원대. 저렴한 가격에 1990년대 대학가 앞 선술집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코타이 스트립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인 콜로안 빌리지는 바다를 낀 작은 어촌마을이다. 마카오에 오면 꼭 한번 맛본다는 에그타르트의 원조인 ‘로즈 스토우즈 베이커리’는 여행의 필수 코스다. 우리나라 계란빵과 비슷하지만 800원으로 맛볼 수 있는 지상 최대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해안가 도로를 따라 잔잔한 바다를 보며 걷다보면 세상만사를 잠시 잊을 수 있다.

◇마카오 여행 팁=마카오의 주요 교통수단은 택시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들은 영어를 모른다. 호텔이름을 유창한 영어로 발음해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사전에 주요 여행지의 중국 광동어식 발음을 외어 가는 것이 좋다. 마카오에서는 위생상 식수는 꼭 생수를 사서 마셔야 한다. 그러나 카지노에 가면 물이 무료로 제공된다. 물병 10개를 한꺼번에 들고 나와도 된다. 단 물 마시러 갔다가 밤새 슬롯머신에 앉아있게 될 수도 있다.

또 미로처럼 연결된 리조트 단지에서 가장 빠른 길은 카지노장을 관통하는 것이다. 모든 길은 카지노로 통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평소 ‘동안’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여권을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만 21세 이하는 카지노 출입이 금지돼 있는데 경비원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돌아가는 길을 감수해야 한다.

마카오=글·사진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