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번엔 ‘통신장비 충돌’ 조짐… 동맹국 의사소통 감시 의심
입력 2013-12-04 22:30 수정 2013-12-05 01:42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놓고 미국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업체가 참여하자 미국이 우려 섞인 시각을 전달하는 등 추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3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한국의 광대역 LTE망 구축사업에 중국 업체인 화웨이가 참여하는 것에 비공식적인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한국에서 도입하는 화웨이의 장비가 동맹국 사이의 의사소통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점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 2.6㎓ 주파수 대역 광대역 LTE망 구축에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11년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이용해 감청할 우려가 있다며 자국 통신업체에 장비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했다. 또 지난해에는 호주의 무선통신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하려는 것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동맹국의 상업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을 우려해 공식적 루트가 아닌 비공식적 루트를 이용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미국은 국방부나 정보 당국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우 북한과 대치하고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장비가 사용되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미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대외관계위원회 위원장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난달 27일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의 LTE 통신망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하는 것은 잠재적 안보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5일 한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10월 국정감사에서 “화웨이 도입으로 인한 보안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2년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화웨이는 인민해방군 출신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1987년 설립한 회사다. 한국의 기지국 장비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통신망은 외부 인터넷망과 완전히 분리된다”며 보안문제가 발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런 회장은 지난주 “미·중 관계에 끼어들기 싫다”며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