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2차공습 ‘전운’… 마냥 겁낼 일은 아니다?
입력 2013-12-05 01:27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2차 엔화공습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반등세인 국내 수출경기가 엔저에 발목 잡힐 수 있어서다. 반면 엔저 현상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체질이 개선되고, 수입 부품업체들의 채산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엔화가치=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의 재정환율은 1034.74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5.64원 올랐다. 원·엔 재정환율의 기반이 되는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2.48엔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원화와 달러화만 직접 거래되는 탓에 원·엔 환율은 엔·달러 환율을 환산한 재정환율로 구한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소폭 올랐지만 전 거래일까지는 100엔당 1020원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 2일에는 100엔당 1029.71원, 3일에는 1029.10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즉 ‘아베노믹스’에 따른 1차 엔화공습으로 지난해 6월 1일 100엔당 1506.52원에서 지난 1월 18일 1186.38원까지 떨어진 이후 2차 공습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엔화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통화정책을 추가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엔화는 시장의 힘에 의해 점진적인 약세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기에 비상등 켜지나=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하는 엔화가치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 섬유, 철강·금속, 기계류 등 일본과 수출품목이 겹치는 분야의 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약화에 울상을 짓는 중이다.
금융연구원은 우리나라와 일본 간 수출경합도지수를 0.75로 분석한다. 이는 수출 경쟁품목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경쟁품목이 많음을 뜻한다. 금융연구원은 “우리나라 30대 수출품목 중 절반 이상이 엔 환율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1차 공습 때와 달리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 수준으로 오르는 일이 발생할 경우 올해처럼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원·엔 환율이 형성되기 때문에 수출가격 경쟁력의 마지노선인 원·엔 비율 1대 10의 관계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며 “2차 엔저가 전개될 경우 내년 수출 전망인 연간 6.5% 증가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부정적 효과 상쇄 가능성도=엔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자본유입에 의한 긍정적인 효과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은 ‘11월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엔화가치 하락으로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감소해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경제성장도 위축되는 것으로 설명돼 왔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엔화가치 변동이 무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감소한 반면 외국인 투자금 국내 유입 등 자본 유입을 통한 효과는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 상승이 외국인 자금 국내 유입→소비·투자 증가→경제 성장 상승 등의 형태로 한국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은 조사국은 엔화 절상률과 수출 증감률 간 상관계수는 감소한 반면 엔화 절상률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규모 간 상관계수는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사국 김대용 과장은 “이는 엔화 환율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이 자본 유입으로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양국 간 무역 비중은 줄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한국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급증, 자본 유·출입 경로에 의한 효과가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진삼열 한장희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