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나의 삶은 나로 끝나지 않는다

입력 2013-12-05 01:35


심리학과 사회학은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부모 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습관이 후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일부 유전 또는 기질적 요인을 제외하면 이러한 삶의 계승은 원칙적으로 후천적인 학습과 경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이해됐다.

그런데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 1일 미국 에모리대학의 놀라운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그 내용은 전 세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유전적 계승을 통해 다음 세대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이 대학 연구팀은 쥐들이 벚꽃 냄새에 공포를 느끼도록 훈련시켰고, 그 결과 벚꽃 냄새에 반응하는 정자의 DNA가 활성화됐으며, 벚꽃 냄새를 맡아본 적도 없는 후손 쥐들의 정자에서도 그 DNA가 활성화된 것을 발견했다. 또한 후손 쥐들의 뇌구조도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세대 간 후성유전(transgenerational epigenetic inheritance)’의 유력한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가 학습과 경험에 의해 얻는다고 믿고 있었던 사고방식과 행동습관조차 사실상 유전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일종의 숙명론을 낳을 수도 있다. 즉, 자신의 부정적 행동과 사고습관에 대해 ‘어차피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태어났는데’라고 자조(自嘲)하며 자기개혁을 거부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 내가’ 바꾸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나의 후손들까지도 불행한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 삶의 즉각적 개혁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각, 행동, 경험 등에 대해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인생여정은 우리 자신의 것일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후손들의 삶의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우리의 삶이 후손들의 삶에서도 계속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삶의 계승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계승은 집단 차원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풍(風)’ ‘∼스타일’ ‘민족성’ 같은 단어들도 존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속집단도 꾸준히 자기혁신과 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도 단순히 개인을 넘어서서 집단적 차원의 회개와 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사도 바울이 외친 유명한 한마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 역시 신앙의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살아 있는 신앙을 가진 성도들이 모여 생동감 있는 교회를 구성하고, 하나님의 생명력이 충만한 교회는 세상을 뒤흔들 위인들을 배출하게 된다. 이 시간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자. 과연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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