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갈등에 70대 주민 자살시도

입력 2013-12-04 16:44

[쿠키 사회] 한전과 주민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 주변 송전선로가 지나는 마을의 한 주민이 음독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와 경찰은 4일 송전선로가 지나는 밀양시 상동면 주민 유모(71·축산업)씨가 지난 2일 오후 8시50분쯤 자신의 집 부엌에서 농약(맹독성 제초제)를 마시고 신음 중인 것을 가족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유씨는 부산대병원에서 밀양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유씨는 최근 마을 인근에서 벌어진 송전탑 건설 반대집회에 여러차례에 참가했다고 주변 주민들은 전했다.

경찰은 “범죄 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사망한 상황도 아니어서 아직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음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백모(61)씨는 “유씨가 송전탑 보상 문제로 너무 괴로워했다”며 “우리 집 주변에 철탑 공사를 하면 죽어버려야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또 “철탑이 들어서면 가축을 키울 수 없고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크게 걱정했다”고 덧붙였다.

송전탑 반대대책위측은 “유족들이 유씨의 사망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상황이어서 뭐라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유씨의 음독 이유를 놓고 반대 대책위와 주민, 경찰의 주장이 서로 분분한 가운데 가족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밀양=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