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국내 최초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입력 2013-12-04 02:43
연세대 의과대학이 3일 내년 1학기 본과 1학년 학생들부터 A·B·C·D·F 상대평가 학점제를 폐지하고 합격·불합격(Pass·Non-Pass)으로만 분류하는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실습수업까지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는 국내 대학 중 처음이다.
기존에는 A+부터 F까지 13등급으로 나눠 학점당 학생 비율을 고정하는 상대평가였다.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긴 뒤 해당 등급의 학점을 주는 식이다. 새로 도입될 절대평가는 사실상 F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학생마다 점수를 매긴 뒤 낙제 등급(F)에 해당하는 점수의 학생들에게 ‘불합격’ 통보가 이뤄진다. 낙제 등급 기준은 교수가 정할 수 있다. 기존의 A+부터 D-까지는 모두 ‘합격’으로 통합되는 셈이다.
합격과 불합격 비율도 따로 정하지 않아 학생 전원이 ‘합격’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 우수한 인재들을 줄 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주헌 의과대학장은 “이미 전국 상위 0.1%에 속하는 의대생들에게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기는 기존 학점제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실습수업까지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될 경우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적 부담이 덜해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선별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는 “이미 미국의 상위 25개 의대와 일본의 주요 의대는 절대평가를 실시해 학업 성과만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평가는 동일하게 하지만 학생들에게 통지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과대학은 또 졸업 전 6개월 동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연구심화과정을 신설키로 했다. 팀을 이뤄 공동 학습을 하는 ‘학습공동체’도 도입돼 교수 5명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멘토링에 나선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