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김정은, 김정일 그늘 벗어나 친정체제 굳히기 포석?

입력 2013-12-04 03:38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67) 국방위 부위원장의 갑작스런 실각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권력 지도는 대(大) 격변이 불가피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고도 권력의 최고 정점을 유지하던 장 부위원장의 실각은 김 제1위원장이 한층 자신의 친정(親政)체제를 굳건히 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권력 핵심 실세들의 잇따른 교체와 실각은 결과적으로 체제 불안정을 야기하고, 특히 내부의 권력투쟁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도 제기된다. 어찌됐든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2년을 맞아 가장 큰 변화의 시기에 와 있으며, 대내외적인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정은 친정체제 구축 포석인가=장 부위원장의 실각은 우선 김 제1위원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하려는 차원에서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장 부위원장이 김정일 체제에서부터 자신의 강력한 후견인이었고, 이 자리를 김정은 체제에서도 계속 유지한 것은 최근 북한 권부의 인사(人事)를 볼 때 극히 이례적이다. 체제 출범 2년을 맞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김 제1위원장이 타깃으로 장 부위원장을 선택했다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설득력이 있다.

김 제1위원장은 그동안 군부 인사의 잦은 교체, 노동당 위상 강화, 최룡해(63)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장 부위원장 간 2인자 경쟁 등을 자신만의 체제 공고화에 활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장 부위원장의 실각도 권력 실세들에게 충성경쟁만이 살아남는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려는 차원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3일 “장 부위원장의 실각은 김정은 친정체제가 강화되고 그만큼 권력 장악도 빨리 이뤄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부·보위부 위상 재강화되나=이번 사태로 2년간 잦은 인사 교체와 숙청, 실각으로 한껏 추락했던 군부의 위상은 다시 올라갈 기회를 잡게 됐다. 김 제1위원장은 출범 이후 ‘선군(先軍)정치’의 김정일 체제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군부 원로들을 교체하고, 자신의 체제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정통 군인 출신의 이영호 전 총참모장도 해임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신진 인물의 대거 등용으로 낮아졌던 군부의 파워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선두에는 2인자 입지를 확실히 다진 최 총정치국장이 서 있다.

군부의 보안·방첩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위상 강화도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위원장이 지난 11월 20년 만에 ‘보위일꾼’ 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 총정치국장은 물론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상대적으로 노동당의 위상 추락 및 입지 약화를 의미한다. 특히 당 행정부장(장성택) 실각, 1부부장(이용하) 및 부부장(장수길)의 공개처형 여파로 당 행정부는 아예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현재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 동요 차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실세 교체는 체제 불안정 야기?=김 제1위원장의 선택은 체제 공고화를 꾀하려는 시도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체제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크고 작은 권력 투쟁이 잇따라 터지고, 과도한 충성경쟁 속에 도태되는 기존 권력 실세들이 속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장 부위원장의 실각은 김정은 정권 권력 지형의 격변을 의미한다”며 “장 부위원장이 물러나면 김정은 체제의 안정감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보면 장 부위원장의 실각은 개혁 세력의 패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가 북한의 경제·사회 변화를 이끌어왔던 만큼, 북한식 개혁이 노선을 일부 수정하거나 퇴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