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군부 실세 최룡해, 명실상부 ‘넘버 2’ 떠올라
입력 2013-12-04 03:31
최룡해(63)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북한 2인자 자리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인물이다. 장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으로 3일 전해지면서 최 총정치국장은 명실상부한 북한의 ‘넘버2’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총정치국장은 북한 내 공식 서열상으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영남(8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다음이다. 하지만 서열을 뛰어넘어 최근까지도 김정은 체제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권력자로 평가됐다.
최 총정치국장은 김 제1위원장이 후계 지위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장 부위원장의 지원에 힘입어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다. 2010년 9월 김 제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데뷔한 3차 당대표자회에서 군 대장으로 등장했다. 그 전까지는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라는 민간인 신분이었다.
김정은 체제 출범을 시작으로 최 총정치국장은 인민군을 ‘김정은의 군대’로 안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지난해 4월 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군 총정치국장, 국방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두루 꿰찼다.
그랬던 최 총정치국장도 차수 승진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대장으로 강등당해 군 원로들의 견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영호 총참모장의 숙청을 무리하게 진행해 반발을 산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총참모장까지 밀어내면서 지난 2년간 군 수뇌부에서 자리를 지킨 유일한 인물이 됐다. 지난 2월 차수로 다시 승진했으며 지난 5월에는 김 제1위원장의 첫 특사로 중국에 파견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실세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오랜 당 관료 출신으로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등을 이끌었던 최 총정치국장의 리더십과 충성심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뢰에 힘입어 3차 핵실험과 이후 한반도 위기국면을 주도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최 총정치국장의 가족은 북한의 3대 세습체제와 인연도 깊다.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은 일제강점시기 중국의 동북항일연군에서 싸운 빨치산 지휘관이었는데 명성이 당시 김일성 주석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였다. 그런 최 전 인민무력부장이 김 주석에게 충성했고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에 힘을 보태면서 김 위원장과 북한 군부가 존경을 보낸 대상이 됐다. 김 위원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북한 원로 중 하나였다고 한다.
향후 최 총정치국장의 첫 대외 행보가 북한의 권력지도를 정확하게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그가 체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