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김정은 후견인으로 2인자 급부상 후 한순간에 추락

입력 2013-12-04 03:32


장성택(67)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실질적인 2인자로 대내외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경제개혁과 노동당 중심 체제라는 ‘김정은 시대’의 ‘통치플랜’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김정은 시대에서 굳건할 것으로 예상됐던 그의 입지가 순식간에 추락한 결정적 원인은 최룡해(63) 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 암투에서 패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 부위원장과 최 총정치국장은 한때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김정은 체제 출범부터 권력의 양대 축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지난 2월 3차 핵실험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최 총정치국장의 위상이 갈수록 커지면서 장 부위원장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됐고, 두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은 2009년 생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셋째 아들인 김 제1위원장의 후계자 내정을 직접 건의했다. 한마디로 김정은 체제를 탄생시킨 공신으로, 김 위원장이 급사한 2011년 12월 어린 김 제1위원장이 집권하자 후견인 역을 도맡았다. 특히 경제개발구 추진계획 등을 야심차게 밀어붙이며 경제개방 정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에게는 항상 ‘독단적 행태’가 몸에 배어 있다는 내부 평가가 따라다녔다. 북한 소식통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개혁 정책이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지는 경우가 잦아 중앙당 간부들마저 불만을 터뜨려왔다”면서 “그 뒤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장 부위원장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위로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장 부위원장 주위에 머물다가는 ‘피바람’을 맞는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고 한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는 지난 달 초 장 부위원장의 심복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위원장 본인 역시 핵심권력 내부의 견제 움직임을 감지하고 공개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는 지난달 6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일본 체대 대표단과 북한 선수단의 농구경기를 관람한 이후 한 달 가까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병이상설도 제기됐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측근 두 명이 공개 처형되면서 실각설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 셈이다.

장 부위원장의 부침(浮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경제담당 실세로 행세하던 그는 이른바 ‘곁가지’ 논쟁에 휘말려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다.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장 부위원장은 겉으로는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라는 명목으로 업무정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권력실세들이 “위대한 영도자(김일성 주석)의 본가지(직계 자손)가 아닌 곁가지(외척)가 너무 설친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바람에 숙청됐다는 게 정설이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장 부위원장은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1969년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에 유학했으며, 그때 동급생으로 만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여동생인 김경희 현 노동당 비서와 결혼하면서 최고 권력층에 편입됐다. 2010년 6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됐으며 현재 직함은 당 정치국 위원·행정부장·중앙군사위 위원·중앙위 위원이자, 정부 국방위 부위원장·국가체육지도위원장·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