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국회 때문에 장관들 일정 대혼란
입력 2013-12-04 02:35
여야 대립으로 내년 예산안 심사가 늦춰지는 등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서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국회 일정 때문에 각종 회의는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가뜩이나 직원들과 스킨십이 부족한 경제부처는 장관이 예정된 부처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오전 1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8·28 부동산대책 후속조치와 같은 중요 경제현안을 점검하는 회의였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때문에 전날에야 일정이 정리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일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 변하니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회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소도 국회 인근에 있는 수출입은행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서울청사로 바뀌었다. 국회를 고려해 수출입은행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회의를 하려고 했지만 오전 예결위가 불투명해지자 급하게 서울청사로 이동한 것이다. 현 부총리는 회의에서 “하루가 3년 같다더니 매일 여야 합의를 지켜보며 ‘오늘은 진전이 있겠지’라고 기대하는 국민 마음이 그럴 것”이라며 “국회와 정치권이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해 마련한 예산안과 각종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이런 난맥상의 결정판이었다. 하루에만 세 차례나 일정이 바뀌었다. 원래 예정된 날짜는 지난 1일이었지만 예결위가 정회되면서 오후 3시에 급하게 회의가 잡혔다. 하지만 회의 시간은 오후 3시30분으로 바뀌었고, 예결위가 속개되면서 오후 5시로 정해졌다가 결국 오후 4시에 열렸다. 장소도 서울청사에서 수출입은행으로 변경되는 등 국회 상황에 따라 정부 회의가 춤을 췄다.
예결위 때문에 국회에서 대기하던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결국 이날 열린 직원 워크숍에 불참했다. 워크숍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모여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시장 등 공정위가 내년에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분야와 관련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참석한 간부들끼리 토론은 했지만 위원장이 없는 자리여서 맥이 빠졌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