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첫 삽도 안 뜨고 6만 가구나 축소한다
입력 2013-12-04 02:35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인 행복주택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무려 6만 가구나 축소된다.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 역시 대폭 손질된다. 반면 시범사업을 통해 인기를 모았던 공유형 모기지는 9일부터 확대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4·1, 8·28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및 행복주택 관련 방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부동산 대책을 대폭 수정하면서 대선 공약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줄줄이 수술대 오른 부동산 정책=우선 2017년까지 2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행복주택 물량이 14만 가구로 30% 줄어든다. 줄어든 6만 가구는 국민·민간 임대로 돌리기로 했다. 행복주택을 포함한 전체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당초대로 51만 가구를 유지한다.
7개 시범 지구 중 주민 및 지자체 반대로 지구 지정이 미뤄졌던 서울의 목동, 송파, 잠실, 공릉과 경기도 고잔(안산) 등 5개 시범 지구는 5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지정을 심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향후 추진 전망은 밝지 못하다. 정부는 행복주택 부지를 주거환경개선지구, 뉴타운 부지, 공기업 보유 토지, 산업단지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직주(職住) 근접 도심 지역 임대 수요 충족’이라는 행복주택 도입 취지와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공약 발표 당시 주변 시세의 절반이나 3분의 1이라던 임대료도 60∼80% 정도로 오를 전망이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복주택의 경우 공약이 발표됐을 당시에도 새로운 공약이라고 보기 힘들었고, 건설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시범 지구 발표 후에는 주민 반대까지 더해졌지만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을 설득하는 대응 논리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청 건수가 단 2건에 머물렀던 목돈 안 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에 적용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책은 연말에 종료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운영토록 해 사실상 정부 지원이 중단된다. 이로써 대표적인 ‘탁상 정책’으로 꼽혔던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Ⅰ은 지난해 9월 대선 공약으로 발표된 지 1년 3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목돈 안 드는 전세는 반환 청구권 양도 방식 위주로 시행되고 대한주택보증의 전세금 반환 보증과 연계해 전세금 안심 대출로 거듭난다. 내년 1월 2일부터 은행에서 판매된다. 이를 이용하면 전세 대출과 전세금 보장이 한꺼번에 가능해져 전세 대출과 함께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리츠를 내년에도 시행하되, 면적 제한(85㎡이하·9억원 이하 아파트)을 없애기로 했다.
◇‘로또 모기지’ 공유형 모기지 1만5000가구 공급=정부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낮은 금리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을 9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3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결과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에 크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대상 가구수를 1만5000가구(2조원)로 늘려 잡았다.
국토부는 본사업의 지원 대상, 대상 주택, 지원 한도, 금리, 대출기간 등 기본 틀은 시범사업과 동일하게 가져간다. 단 대상 가구수 증가로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손익 공유형 모기지 물량은 전체 20%로 제한한다. 시범사업 결과 집주인 변심 등으로 최종 대출에 실패한 사례를 감안해 집주인이 매물을 회수한 경우 동일 단지 내 동일 평형대 물건을 30일 이내에 구해오면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또 시범사업과 달리 인터넷 신청을 받지 않고 우리은행 일선지점에서 대출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탈락자는 재신청할 수 있지만 행정력과 비용 소요 등을 감안해 신청 횟수는 연 2회로 제한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