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靑 일방통행에 무기력 與·무전략 野… 여의도 ‘정치’가 사라졌다

입력 2013-12-04 01:34


여의도에서 정치가 사라지고 극한 대결만 판을 치고 있다. “누가 죽나 보자”(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말처럼 합의는 사라지고 승부를 위해 끝장을 보는 ‘치킨게임’만 일상화되고 있다. ‘극적 타결’이나 ‘빅딜’만이 돌파구가 된 상황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 대표·전병헌 원내대표는 3일에도 국회에서 4자회담을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당 대변인은 회담 후 공동 브리핑에서 “국가정보원 개혁특위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관련 특검에 대한 양당의 입장차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특위와 관련해선 “위원장 인선문제와 특위에 입법권 부여 문제, 국정원 개혁방안 및 수준에 관해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특위보다 여야 입장차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양측은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와 노력은 계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물밑 접촉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준예산’이라는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에 극적인 ‘빅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먼저 청와대·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야당이 반발해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황찬현 감사원장, 김진태 검찰총장과 함께 일괄 임명했다. 그것도 여야가 4자회담에서 타협점을 찾아보자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시각이었다. 문 장관은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서 사용했다는 의혹을 끝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는데도 임명됐다.

새누리당이 임명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야당과 대화를 하며, 뒤로는 청와대의 임명 강행에 길을 터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임명 사실을 몰랐다면 여당이 청와대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황 원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민주당이 비공개 의원총회를 하고 있는 도중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예산안과 특검 등을 두고 여야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일방 처리였다.

민주당의 전략부재도 청와대·새누리당의 일방통행에 명분을 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애초 크게 문제가 없었던 황 원장에 대한 임명동의를 문 장관 낙마와 연계시킨다는 전략을 세우면서 ‘정당한 검증’을 ‘거래’로 퇴색시켜 버렸다. 민주당은 황 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당시에서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려 했지만 “인사 관련 안건은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강창희 국회의장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여야가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가 입법권을 갖도록 하고, 특검은 검찰 수사 이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며 “청와대도 여야 협의를 지켜보고 결과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