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마지막 날 두 번 울더니… 김신욱 MVP 불운 딛고 K리그 간판 우뚝

입력 2013-12-04 02:33

‘진격의 거인’ 김신욱(25·울산 현대)은 지난 1일 두 번 울었다.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클래식 그룹A(상위 스플릿) 시즌 최종전에서 팀이 막판 골을 허용해 0대 1로 패하는 바람에 우승컵을 놓쳐 눈물을 떨궜다. 당시 그는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해 더 속이 상했다. 그리고 FC 서울의 데얀(32)에게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겨 또 한번 울었다. 그러나 이틀 후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응어리를 털어냈다.

김신욱은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결과 유효표 113표 중 90표(79.6%)를 얻어 MVP의 영예를 안았다. 김신욱은 상금 1000만원도 챙겼다. 지난 시즌 신인왕 출신으로 올해 포항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탠 ‘철인’ 이명주(23·12표)와 FC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주장 하대성(28·11표)은 김신욱에 밀렸다. 준우승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세 번째다.

국내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이번 시즌 36경기에서 19골 6도움을 기록, 최다 공격 포인트(25개)를 올린 선수가 됐다. 특히 19골 중 발로 11골(페널티킥 2골)을 넣어 ‘헤딩 노예’라는 편견을 깼다. 김신욱은 데얀과 나란히 19골을 기록했으나 출장 경기 수가 데얀보다 많아 득점왕을 놓쳤다. 그러나 어느 시즌보다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우승 후보와 거리가 멀었던 울산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신욱은 MVP 수상 후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하겠다”며 “준우승을 했을 때 팀 동료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본 게 최악의 순간이었고, 매 번 득점했을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올 한 해를 돌아봤다. 이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골을 많이 넣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이 기간에 대표팀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봤고, 포항과 서울의 경기도 연구했다. 이런 힘겨운 시기가 있었기에 스위스, 러시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다. 자존심이 상한 김신욱은 와신상담했다. 약 4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신욱은 본업인 포스트플레이는 물론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드는 폭넓은 움직임과 정교한 패스 능력을 과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편, 신인상 대신 생긴 영플레이어상은 포항의 3년차 공격수 고무열(23·8골 5도움)이 차지했다. 감독상의 영예는 포항의 명장 황선홍(45) 감독에게 돌아갔다. 데얀은 K리그 최초로 3년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며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데얀의 팀 동료 몰리나(33·35경기 13도움)는 K리그 최초로 2년 연속 도움왕에 올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