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군부와 파워게임에서 숙청된 듯… 권력투쟁 본격화
입력 2013-12-03 18:30 수정 2013-12-04 01:43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갑작스런 실각으로 북한의 권력구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삼남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비교적 안정됐던 북한 지도부의 대폭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 지도부 내부 권력 투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노동당 행정부가 사실상 무력화됐거나 해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국정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현장지도 때마다 수행, 실질적인 ‘2인자’로 불려왔던 장성택은 2010년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 회의를 통해 노동당 행정부장에서 일약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개혁·개방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북한식 경제개혁에는 그의 큰 입김이 작용했다. 중국을 방문해 황금평 특구에 대한 개발협력을 이끌어낸 것도 장성택이다. 이 같은 북한의 경제개혁은 상대적으로 군부의 위상 추락을 불러왔다. 김정은 체제 들어 잦아진 군부 인사와 신진 인물의 대거 등용으로 군부의 파워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군 서열 2위이자 군 작전을 지휘하는 총참모장은 이영호에서 현영철로, 다시 김격식에서 현재의 이영길까지 무려 4번이나 교체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 역시 김영춘에서 김정각으로, 다시 김격식에서 장정남으로 바뀌었다.
선군정치의 김정일 체제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군부 원로들은 대부분 한직으로 물러났고, 김정은 체제의 군부 핵심으로 영향력을 키우던 정통 군인 출신의 이영호도 해임의 비운을 맛봤다. 김정은 체제 출범에 맞춰 정통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가 군부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은 군부의 힘을 빼고 노동당 중심 체제 부활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당 중심으로의 변화가 결국은 북한 군부 강경파의 반발을 불러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체제 이후 한껏 위상이 추락한 북한 군부 강경파와 노동당 정치국 간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장성택의 심복이었던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 등 두 사람이 지난달 공개처형된 것이나 이후 장성택의 행적이 묘연한 것은 이를 보여준다. 일각에선 장성택이 북한의 2인자 자리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최룡해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3일 “올해까지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 부위원장이 실각했다면 내부 권력 투쟁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북한 내부 체제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