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실각] 장성택 주도 경제개혁 총체적 실패 국면 진입 때문
입력 2013-12-04 01:33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은 무엇보다 그의 주도로 진행돼온 북한의 경제개혁이 총체적 실패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이후 ‘최고 존엄 다음의 실력자’로 불리면서 여러 정책에 관여해오면서 드러난 그의 독단적 행태도 한몫한 것으로 짐작된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는 장 부위원장의 심복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가는 등 올해 초부터 견제 분위기가 시작됐으며 장 부위원장 본인은 공개 활동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김정은의 현장시찰에 항상 동행하며 자신이 실질적 2인자임을 과시했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장성택의 측근들을 반당 혐의로 공개처형한 사실을 당원들에게 전파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위원장에 대한 불만은 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후부터 꾸준하게 북한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소식통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경제개혁에 필요한 정책이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지는 경우가 잦아 중앙당 간부들마저 불만을 터뜨려왔다”면서 “그 뒤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장성택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김정은에게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장성택 주위에 머물다가는 ‘피바람’을 맞게 된다”는 소문이 북한 지도층 사이에 나돌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경제가 좋아지지 않고 군부의 기득권 장악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일부 주민 계층에서 ‘장성택이 집권하면 우리가 잘 살 수 있을 텐데’라는 식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면서 “장성택에 대한 주민 관심과 기대가 커지는 데 대해 김정은이 위기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에도 경제 담당 실세로 행세하다 한 차례 실각한 이력이 있다. 김 위원장의 매형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기도 한 그는 2000년 중반 이른바 ‘곁가지 논쟁’에 휘말려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다. 김정일은 당시 그가 경제실권을 차근차근 쥐어가자 견제하는 차원에서 “장성택은 위대한 영도자의 본 가지(직계)가 아니라 곁가지(외척)일 뿐”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장 부위원장이 이번에도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모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