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갈등] 中 패권은 전형적 ‘살라미 전술’… 남중국해·인도 국경 다음 타깃
입력 2013-12-04 01:33
‘해양굴기’(바다에서 일어서는 것)를 앞세워 태평양 등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팽창 전략에 거침이 없다. 이번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요구조건을 세분화시켜 야금야금 실리를 취하는 ‘살라미 자르기 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군부는 순차적으로 남중국해는 물론 인도와의 국경 부근 등에도 이번 같은 방공식별구역을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준 토플 드라이어 교수는 2일(현지시간)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중국 전략의 주요한 부분인 ‘살라미 자르기’로 볼 수 있다”며 “조금씩 조금씩 실리를 취하다 보니 일본 등이 어떤 시점에 결정적으로 ‘노(아니요)’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게 되는 등 이 전략은 그동안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살라미는 이탈리아식 건제 소시지를 말하는데 크기가 아주 커서 얇게 잘라 먹어야 한다.
2001∼2005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에서 근무한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현안보고서 등을 통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일본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넘어선 광범위한 계획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근해에 미 해군 등 적대적인 군사력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중국군의 접근거부 전략의 일환”이라며 “중국은 앞으로 남중국해 및 인도와 국경분쟁이 벌어진 지역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린 선임연구원은 2008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가 공표한 ‘근해방어 전략’을 시진핑 국가주석이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중국이 앞으로 서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우리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번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중국 측의 서해 방공식별구역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외교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