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러운 외국인 장애인… 정부 지원 全無

입력 2013-12-04 01:28


서울 마포동에 사는 화교 A씨(70)는 뇌병변 장애 1급이다. 거동이 불편해 하루 종일 집에 누워 있다. 아내가 음식점을 운영하지만 간병인을 따로 둘 만큼 여유롭진 않다. 아내가 가게로 출근하면 A씨는 외출은 고사하고 밥조차 해먹기 어렵다. 씻고 싶어도 아내가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게 A씨의 일과다.

그는 올해 처음 법적 장애인이 됐다. 정부가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지난 1월부터 외국인도 장애인 등록을 받아줬다. A씨도 등록을 마치고 ‘장애인복지카드’를 받았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우선 가장 필요한 활동보조인을 지원받지 못했다. 1·2급 장애인이면 지원되는 서비스인데 A씨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등록제는 우선적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며 “내국인에게 활동보조인을 먼저 지원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한국에 살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 같아 서럽다”고 했다.

정부가 외국인 장애인등록제를 올해 처음 시행했지만 각종 복지사업에서 외국인을 외면하고 있어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엔이 정한 국제장애인의 날(3일)을 맞아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국내 체류 외국인이 받을 수 없는 장애인 지원사업은 11가지나 됐다.

외국인 장애인은 18∼64세 장애인에게 매달 최소 9만6800원 이상 지급하는 장애인 연금과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경증장애·장애아동 수당, 장애인 자녀에게 주어지는 고등학교 입학비도 받지 못한다. 장애 아동에게 제공되는 음악치료 등 재활치료서비스나 장애인의료비 지원도 외국인에겐 주어지지 않는다. 자립자금이나 자동차구입자금 등 생활자금 지원은 물론이고 직업상담, 취업알선 등 재기를 위한 기초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다.

지원책이 미흡하다 보니 외국인 사이에서는 “굳이 장애인으로 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복지부에 등록한 외국인 장애인은 678명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B씨(48·여)는 “진짜 소아마비인지 확인한다며 걷는 사진까지 찍어가는 등 등록 절차는 까다로운데 정작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고 말했다. 화교장애인협회 왕애려 회장은 “한국에서 터를 잡았지만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존재”라며 “이중으로 차별받는 외국인 장애인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측은 “외국인은 국내에 거주하는 기간 자체가 불규칙하다는 것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