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입양 대기 아동 65명 돌본 위탁모 임혜경씨
입력 2013-12-04 01:38
“정 떼는 건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요”
임혜경(54)씨에게는 아이가 65명 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입양 대기 아동들을 집에서 부모처럼 돌보며 ‘위탁 가정’을 운영한다. 1993년 위탁모(母) 일을 시작해 20년간 63명을 보살피다 입양 보냈고 지금은 2명을 맡아 키우고 있다.
임씨는 20년째 아이들과 만남, 이별을 반복했다. 임시로 돌보다 입양 가정이 나타나면 아이들을 보내야 한다. 그는 3일 “입양할 부모를 찾았다는 연락이 오면 아이를 보낼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아이를 키우다보면 짧은 시간이라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드는데, 정을 떼는 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임씨 부부의 집에는 생후 19개월 된 아들 민서(가명)와 8개월짜리 딸 희영(가명)이가 자라고 있다. 각각 1.4㎏과 1.6㎏의 저체중 조산아로 태어났다. 임씨가 20년 육아 노하우를 총동원해 돌본 덕에 지금은 잔병치레도 않는 건강한 아이가 됐다. 인터뷰 중에도 걸어다니기 시작한 민서를 돌보느라 임씨는 진땀을 뺐다. 그는 “민서는 입양 갈 가정이 정해져서 내년 가을이면 이별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는 처음 아기를 맡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생후 한 달 된 현서(가명)가 임씨 가정에 선물처럼 찾아왔다. 임씨의 친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현서가 6개월 만에 입양 간 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텅 빈 집에 들어섰을 때 임씨 가족은 첫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한 달 넘게 울며 아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임씨는 “여유로운 중년을 보내는 친구들이 가끔 부럽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더 큰 보람을 얻는다. 앞으로도 10년은 거뜬히 아이를 돌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임씨는 지난 2일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위탁모 20년 근속상’을 받았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