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류샤오보 아내 류샤… 심각한 우울증, 정신 붕괴 상태
입력 2013-12-04 01:38
“훗날 나는 꽉 닫힌 한 짝의 창문으로 남겠지. 창 안쪽 밤은 끝이 없고, 악몽은 사라지지 않네. 나는 빛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을 뿐.”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아내 류샤(劉霞·54)가 2011년 쓴 시 ‘부스러기 8’이다. 원래 제목은 ‘쑤이폔(碎片) 8’. 가택연금 상태에서 겪고 있는 고통을 절절이 표현했다.
류샤는 2010년부터 가택연금이 이어지면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3일 보도했다. 그는 정신이 ‘붕괴 상태’에 이를 정도지만 당국이 파견한 의사가 자신을 진찰할 것을 두려워해 병원에도 못 가고 항우울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류샤오보는 2008년 중국의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08헌장’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국가전복 선동죄로 2009년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더욱이 지난 8월에는 남동생 류후이(劉暉·43)도 사기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류샤오보 가족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류샤는 자신의 남편과 동생이 똑 같이 11년형을 살고 있는 데 대해 “나의 어깨를 ‘11’이라는 손 두 개가 누르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상과 철저히 격리된 채 책 읽기로 겨우 버틴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뉴욕타임스에 2일 보도됐다.
류샤오보는 조만간 모샤오핑(莫小平)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일지는 최근 폐막한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보장된 개인의 재판받을 권리 실현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류샤도 가택연금 조치에 대해 베이징 공안 당국을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