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우크라이나 “다시 EU쪽으로”… EU와 협력협정 체결 논의

입력 2013-12-04 02:45

우크라이나가 경제협력 상대로 다시 유럽연합(EU) 쪽에 고개를 돌렸다. EU와의 협력협정을 중단한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EU와의 협력협정을 철회하고 러시아로 돌아선 지 보름도 안 돼 다시 EU로 노선을 바꾸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 간 협력협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EU와의 결속을 모색하고 있으며 다만 취약한 우크라이나 경제를 위해 더 나은 조건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야권과 시민에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전했다. 그는 “나쁜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고 확신한다”며 평화적인 시위를 촉구했다.

야권은 이번 기회에 정권을 갈아 치우겠다는 생각이다. 야권 지도자 격인 비탈리 클리츠코 개혁민주동맹 대표는 “우리는 체제를 바꿔야 한다”며 정권 지도부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이날 의회에서 실시된 내각 불신임 투표는 부결됐다. 여당이 기권한 투표에서 불신임안은 18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안건 통과엔 226표가 필요하다. 앞서 야권은 당국이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유혈사태가 빚어지자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각 불신임안을 상정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로운 시위를 쿠데타로 보지 않는다”며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폭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5년 예정된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야권의) ‘부정출발’ 같은 행위”라며 시위의 진정성을 공격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국채 수익률과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관련 보험료가 급등한 점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디폴트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