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찰, 반정부 시위대 무력저지 중단

입력 2013-12-04 02:44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가 3일 총리 공관과 방콕시 경찰본부까지 점거했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날은 시위대가 잉락 친나왓(46·여) 태국 총리에게 사퇴할 것을 최후 통첩한 ‘디데이(D-day)’여서 시위대와 군·경 간 충돌 우려가 컸으나 양측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자는 데 합의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전부터 총리 공관과 시경 앞에 모여든 수백명의 시위대는 오후 들어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드 등을 치우고 공관과 시경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경찰은 크레인을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치우는 것을 도왔다. 이같이 예상치 못한 ‘반전’은 지난 사흘간 3명이 숨지고 200명 넘게 다치면서 더 이상의 희생자를 내선 안 된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경찰 간부와 시위대 현장지휘관은 오전 긴급 회동해 경찰을 무장해제키로 결정했다. 총리 공관의 경우 시위 시작 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미 폐쇄된 상황이어서 시위대 진입을 막아봤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행히 유혈사태는 피했지만 태국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전날 밤 시위대에 시경 등으로 집결할 것을 촉구하며 잉락 총리 퇴진 동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잉락 총리는 “수텝 전 부총리가 요구한 형태의 사퇴나 의회 해산은 없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양측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언제든 충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립을 선언한 군부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태국의 정정 불안은 2006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당시 탁신 친나왓 총리를 축출하면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이후 정치권이 탁신파와 반탁신파로 나뉘어 심각한 분열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군부는 국민적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정치 불개입을 천명하고 있지만 막후에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군부의 중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군부는 1일 잉락 총리와 수텝 전 부총리 간 회동을 주재하기도 했다. 군부는 오는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 이후 정국 혼란 수습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