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안 실행위도 통과… 교계 “연합기구 정신 훼손”

입력 2013-12-03 18:22 수정 2013-12-04 02:3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정관개정안이 실행위원회를 전격 통과했다.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은 이날 연임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기총은 3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중강당에서 제24-3차 실행위를 열어 정관 제19조(임원의 선출과 임기) 개정안을 기립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 골자는 대표회장의 임기를 기존 ‘2년 단임’에서 ‘2년 연임’으로 바꾸는 것.

정관 개정안은 앞서 2차례 임원회에 상정됐지만 첫 번째는 보류, 두 번째는 부결됐다. 하지만 부결 9일 만인 지난달 21일 세 번째로 임원회에 상정돼 통과됐다. 개정안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확정된다. 그러나 이날 실행위에서 한 실행위원이 정관개정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는데도 이 제안을 공개 기립투표로 부결시켜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회장은 실행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년 1월 연임에 성공하면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면서 “‘7인 위원회’를 즉각 구성해 내년 6월말까지 통합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회장은 또 “통합이 이뤄지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양 기구간) 통합 총회를 통해 새로운 대표회장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통합 당사자인 한교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교연의 한 임원은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은 언젠가 이뤄져야 할 과제”라며 “하지만 홍 대표회장의 ‘통합 발언’은 한교연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본인 선거용’ 발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홍 대표회장의 연임 도전 강행을 놓고 특정교단(예장합동)의 대표회장 장기집권은 교회연합기구의 정신을 심하게 훼손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 대표회장이 소속된 예장합동은 이미 3년 이상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아왔다. 대표회장 선거는 내년 1월 말 정기총회에서 치러진다. 앞서 오는 13일 오후 1시 서울 국회 대강당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박재찬 유영대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