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까지 테러… 인도 울린 기독 소년의 죽음
입력 2013-12-04 02:33
인도에서 신앙심 깊은 일곱 살 소년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인도 종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빈번하게 있긴 했지만, 어린이까지 대상으로 한 것은 드문 일이다.
2일(현지시간) 인도 모닝스타뉴스에 따르면 아누그락 제메티(사진)군은 지난달 17일 인도 라자스탄주 ‘신자들의 교회’에서 주일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실종됐다. 제메티군은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태어나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았다. 호세 담임목사는 제메티군을 “하나님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크리스천이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믿음의 대가는 처절했다. 실종된 제메티군은 다음날 집에서 1㎞ 떨어진 호수에서 발견됐다. 시신에는 고문 흔적이 역력했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고 배와 손 등은 불에 타 있었다. 호수 주변은 반(反)기독교 성향이 강한 마을인 타디 오브리였다.
유가족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버지 하리스 제메티씨는 “2003년 회심 후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에게서 끊임없이 살해 위협을 받았고 아이가 실종되기 며칠 전에도 협박이 있었다”며 “경찰에 협박범 신상 정보를 알려줬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또 아이 몸 곳곳에 고문 흔적이 남았지만 시신 부검 결과는 익사로 결론났다며 억울해했다.
19일 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크리스천 200여명이 모였다. 현지 언론은 “부모와 추모객의 통곡소리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찢어놓았다”고 전했다. 기독단체 ‘가스펠 포 아시아’ 설립자 요하난은 “지난 10년간 기독인에 대한 박해가 400%가량 늘었지만 이토록 어린 생명을 상대로 한 테러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다”고 규탄했다. 인도복음주의협회 리차드 하우웰 사무총장은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기독인에 대한 야만적인 박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